불의 여우 Intro

(James T. Kirk X Montgomery Scott X Khan Noonien Singh)





 





 

태초에 세상에는 넘쳐나는 물로 가득한 바다만이 존재했다. 바다 아래 고대 거인으로부터 태어난 온갖 괴수들이 살았고 그들이 포효 할 때마다 하늘에선 천둥이 치고 바다에선 소용돌이가 쳤다. 하늘의 어둠과 빛 사이에서 태어난 여신 가이아(Gaia)가 이를 안타까이 여기며 괴수들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있어 이곳에 혼란이 깃드니 너희의 육신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이를 돌보리라. 하여 그것들의 뼈와 살을 뭉쳐 바다 한 가운데에 대지를 만들었고 이를 코스모스(Cosmos)라 명했다. 그리고 둘로 갈라진 바다의 동쪽을 넵튠(Neptune)이라하고, 서쪽을 머큐리(Mercury)라 불렀다. 

 

죽은 괴수들의 굉음에 북쪽 바다 아래 잠들어 있던 최초의 거인 이미르(Yimir)가 눈을 떴고 제 자식들의 죽음에 분노하였다. 이미르가 포효하자, 가이아는 감히 신에게 대항한 그의 심장에 얼음으로 만든 창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죽은 이미르의 시신을 조각내어 그가 자고 있던 가장 북쪽에 안치하였다. 얼어붙은 이미르의 심장이 북쪽의 차가운 얼음이 되었고, 뼈와 살이 높은 산을 만들며, 피와 뇌수가 흘러 큰 협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태양을 앗아가 영원한 어둠이 머물게 하였다. 여신이 이르되 어둡고 추운 북극의 얼음지대를 플루토(Pluto)라 하였고 빛나고 따뜻한 남쪽의 비옥한 땅을 헬리오스(Hellios)라 명하였다. 

 

대지 위 여신이 생명들을 번영케 하였다. 땅 위 식물을 자라게 하였고 하늘에 새가 날게 하였으며 네 발 달린 짐승들이 땅 위를 뛰게 하였다. 가이아는 생명이 돋아난 아름다운 대지의 흙을 빚어 자신과 닮은 최초의 인간을 만들었다. 태양을 닮아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과 하늘을 닮은 푸른 눈동자를 박아 넣고 땅을 닮은 건강한 피부를 주었다. 여신은 그를 로만(Roman)이라 칭하고 그가 사는 가장 아름다운 땅을 어스(Earth)라 했다.

 

그 동안 죽은 이미르의 영혼은 여신에게 복수할 날을 기다리며 북쪽 땅에 숨죽이고 있었다. 그는 땅 아래 묻힌 제 오른팔로 검은 늑대를, 넵튠 바다 아래 잠긴 왼팔로 흰 뱀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음을 빚어 제 영혼을 담을 육신을 만드니, 어둠을 닮은 검은 머리카락과 바다의 깊은 푸르름을 눈동자에 박고 얼음을 닮은 희고 단단한 피부를 갖게 하였다. 그는 스스로를 노르드(Norse)라 부르고 그가 숨어있는 음험한 산악 지대를 우라노스(Uranos)라 했다.

 

여신의 위호를 받은 로만은 아름답게 자라나 여러 짐승들을 돌보며 살았다. 여신이 이르기를, 나의 아이야, 너는 내가 만든 유일한 것이니 네가 이 짐승들의 주인이요, 이 땅의 유일한 알파(α)이니 네가 곧 세상의 유일한 왕이 될지어다, 하며 태양의 불꽃으로 만든 금관을 씌워 주었다. 이에 넵튠의 바다 아래 숨죽이고 있던 흰 뱀 요르문간드(Jormungand)가 로만에게 가서 이르기를, 신의 아이야, 여신이 말하기를 너만이 유일하다고 하더냐, 하자 로만이 그렇다 했다. 요르문간드가 간교한 혀로 말하기를, 숭고한 여신이 자식에게 거짓을 말하는 구나, 저 북쪽에 너와 닮은 자가 있으니 너는 어서 가서 그 자를 만나라, 하자 로만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북쪽으로 걸음 하였다.

 

북쪽에 있던 노르드가 모습을 드러내니 로만이 물으되, 너는 누구냐. 하자 노르드가 답하길, 너보다 일찍이 이곳의 왕이요, 거신 이미르의 분신이자 이 땅의 알파이다. 너의 어머니가 나의 자식들을 도축해 이곳을 만들었으니 나 역시 너를 도륙하여야 마땅하다, 하였다. 이에 로만이 분노하여 말하길, 너희가 세상을 어지럽히되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음을 어찌하여 너는 나의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가, 하며 헬리오스의 태양을 끌어 그 곳의 어둠을 몰아내려 하였다. 그러자 노르드가 플루토의 차가운 얼음송곳을 던져 로만을 공격하였고 로만이 땅의 돌을 쌓아 이를 막아 내더라. 둘의 싸움으로 천지가 뒤바뀌고 대지가 쿵쿵거렸으며 얼음과 불로 땅이 말라 그곳에 생물이 살 수 없게 되었다.

 

가이아가 노하며 이르기를, 너희는 당장 이 어리석은 싸움을 그만두라, 하였지만 바다 아래 숨어있던 요르문간드가 여신의 발목을 물어 그 독으로 육신을 취하니 우라노스의 검은 늑대 펜리르(Fenrir)가 여신의 목을 물어뜯었다. 잘려진 여신의 목이 굴러 남쪽 끝에 잠드니 머리에 담긴 화가 폭발하여 커다란 화산이 되었다. 용암이 어스를 덮치고 동식물이 불에 타 괴로워하니 육신을 잃은 여신이 이를 안타까워하더라. 여신의 영혼이 그 중 가장 교활하고 영리한 여우에게 명하니, 내 과욕으로 이 땅에 재앙이 내렸으나 나에게 육신이 없어 저들을 말리지 못하니 네가 대신 저 싸움을 멈추게 하라, 하자 여우가 의기소침하게 되묻기를, 어찌하여 비천한 짐승에게 인간들의 싸움을 제지하라 명하시나이까, 하였다. 그러자 여신이 답하길, 네 비록 짐승이나 저들을 멈추게 한다면 나의 권능으로 인간과 같은 육신을 가지게 될 것이며 곧 너만이 유일하게 저들의 씨를 품을 수 있는 신성을 가지게 될지니, 하였다.

 

하여 여우가 꾀를 내니 풍성한 꼬리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용암 한 줌을 숨겨 펜리르와 요르문간드에게 향하였다. 여우가 요르문간드에게 이르되, 거신의 조각이자 간악한 뱀이여, 네 교활함이 저들을 싸움 붙이고 네 독이 여신을 무너뜨렸다기에 너를 찾아왔노라, 네가 이 땅에 가장 강한 짐승이냐, 하자 요르문간드가 의기양양하여 그렇다고 답했다. 하자 여우가 다시 이르기를, 하지만 너의 독이 여신을 마비시켰다고는 하나 너의 형제 늑대가 그 커다란 입으로 여신의 목을 취했으니 그야 말로 가장 강한 짐승이 아니더냐, 하자 이를 들은 펜리르가 기뻐하고 요르문간드가 이를 시기하더라. 여우가 둘에게 말하되, 너희 중 가장 강한 짐승을 왕으로 섬기리라, 하자 요르문간드가 독니로 펜리르의 목덜미를 물더라. 하여 펜리르가 발톱으로 뱀의 몸을 할퀴니 요르문간드가 굉음을 지르며 입을 벌리더라. 여우가 꼬리에 감추었던 용암 덩어리를 꺼내어 괴로워하는 뱀의 목구멍에 던지니 그 뜨거움에 뱀이 고통에 몸부림치었다. 

 

독에 고통 받는 펜리르와 몸 안에 불덩이에 괴로워하는 요르문간드가 그제야 저들이 여우의 꾐에 넘어갔음을 알았다. 험악한 펜리르가 노하여 말하길, 요망한 여우야, 너의 꾐으로 나의 육신이 괴로우니 너를 한 입에 삼켜야겠다, 하자 여우가 그 짐승의 포악함에 질색하여, 어리석은 펜리르야, 너희의 오만함으로 대지의 모든 생물이 괴로우니 그것이 너의 고통에 비할쏘냐. 너의 독은 불 타 죽은 무고한 생명들의 저주이니 태양을 입에 물고 독을 중화시켜야 할 것이다, 너는 영원히 입 안의 불로 괴로워해라, 하고 저주하였다. 펜리르는 살기 위해 태양을 입에 물었고 그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계속 해서 달리니 대지 위에 공평하게 낮과 밤이 생겨났다.


이를 본 간교한 요르문간드가 여우를 구슬르길, 영리한 여우야, 너로 인해 영원한 화를 면하기 어려우니 목숨 부지할 방법을 알려주면 나의 비닐로 너를 치장하게 하겠다, 하자 여우가 말하길, 네 몸 안에 있는 것은 영원의 불이니 너는 저 바다에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말라, 하였다. 거대한 뱀은 여우에게 제 비닐을 넘겨주고 바다 안에 들어갔고 뱀의 몸이 들어가며 친 파도가 대지 위를 덮어 그 위의 용암을 식혀 더 이상 불타는 생물이 없더라. 


물 아래 뱀이 여우를 가르쳐 말하기를, 너의 말대로 바다 아래에 영원히 있지만 나에게 준 고통은 가시지 않으니 너와 너의 일족들은 일생을 고난 속에 살 지어다, 하고 저주 하였다. 그것이 무슨 고난이냐, 여우가 되묻자 뱀이 답하기를, 너와 너의 일족은 왕의 아이를 낳게 되겠지만 그 외에는 쓰임이 없을 줄 알라, 너희의 지혜는 쓸모없어지고 오로지 그 음탕한 몸만을 모두가 취하리라,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서 핍박받으며 절대로 어느 짐승과도 같아질 수는 없어질 것이다, 하였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오로지 진정으로 너희를 온전히 사랑하는 알파만이 그 저주를 풀어 너희를 종속시키리라, 하였다.


뱀이 영원히 물에 잠기고 늑대가 해를 물어 서쪽으로 사라진 후 홀로 남은 여우가 뱀의 비닐을 물고 하늘을 걸으니 그 꼬리와 함께 흔들리며 아름답게 빛이 나더라. 그 영롱함에 눈을 빼앗긴 노르드와 로만이 이내 싸움을 멈추더라. 하자 여신이 약속대로 여우에게 육신을 내리니 그 몸이 어떠한 생물보다 아름다웠고, 그 향기는 어떠한 과실보다 달콤하였다. 여우가 노르드와 로만에게 이르길, 너희는 이 어리석은 싸움을 그만두라, 하자 로만이 묻기를, 너는 무엇이기에 감히 우리에게 명령하느냐, 하였다. 여우가 답하기를, 나는 네 어머니의 사자요, 내가 너희의 반려이고 곧 오메가(Ω)이니라, 하였다. 


이에 덧붙이되, 너희의 싸움으로 이 땅에 혼란이 오니 태초의 괴수들처럼 죽어 마땅하나, 대지의 여신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여 나를 대신 보내었느니라, 나만이 너희의 자식을 벨 수 있을지니, 하였다. 노르드가 묻기를 너는 하나고 우리는 둘이니 어찌 너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냐, 하였다. 여우가 이르기를, 뱀의 저주가 나에게 미치니, 너희의 수대로 온전히 나를 가지면 그 중함을 모를 것이다, 하여 나는 너희 모두의 것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할 지어다, 하였다. 그러자 로만이 묻기를, 허면 어떻게 너를 나눠야 좋으냐, 하자 너희가 너희의 땅을 나누듯 나의 시간 역시 반으로 나눌 터이니, 해 뜨는 낮에 나는 로만에 속하며, 해 진 밤에는 노르드에 속할 것이다, 하였다.


여우의 꾀로 이 땅에 평화가 깃드니라. 그들이 싸운 피폐한 땅을 중심으로 남쪽은 로만이, 북쪽은 노르드가 지배하였다. 노르드가 차지한 북쪽을 이르되 에시르(Aesir)라 국호를 칭하였고, 로만이 차지한 남쪽을 이르되 올림포스(Olympos)라 국호를 칭해 서로의 땅에서 통치하였다. 그리고 두 나라의 국경이자 메마른 땅을 마르스(Mars)라 하였고 그 곳을 국가 없는 자유지대 에덴(Eden)이라 하여 그곳에는 어떠한 왕의 법도 미치지 못하였다. 로만이 북쪽으로 던지었던 돌들이 암벽지를 만드니 노르드가 이를 주피터(Jupiter)라 불렀고 그 아래 평지를 세턴(Setune)이라 하였다. 남쪽에 넘쳐난 용암이 어스를 덮쳤으니 로만이 이를 안타까워하며 한 때 아름다웠던 그 평지를 비너스(Venus)라 하였고 용암이 끓는 불모지만을 헬리오스라 하였다. 


여우가 낮에는 로만과 밤에는 노르드와 정을 통하여 아이를 낳으니 그들의 자손들이 그 땅에 번영하였다. 그 중 가장 우월한 알파들만이 왕의 자리를 차지하였고, 나머지 중간자 베타(β)들이 백성을 이루어 살았다. 하지만 여우의 말처럼 오메가는 알파의 수에 반이 미치지 못하였으니 이에 반려의 귀함을 알고 알파들이 오메가를 어여뻐하여 세상에 모든 이들이 핍박받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갔다.


- 아리스토텔레스 신전 고문서 <코스모스 성전> 중 창세기 발췌






코스모스력 16년, 티베리우스 3년, 황제가 황후 오메가인 율리아로부터 상처하였다. 오메가임을 내세워 오만방자하게 굴었던 여인이 황제의 조카 메시나와 간통한 정황이 드러났으므로 이에 황제의 상심이 컸다. 율리아는 제국으로부터 추방되어 에덴으로 보내졌으며 다시는 이 땅을 밟을 일이 없음이다. 자유의 땅에 기거하는 소수 족들의 야만성을 아는 율리아가 황제에게 애원하나 소용없었다. 황제가 율리아의 일족을 모두 수도에서 몰아내고, 후계로 친조카인 가이우스를 내세웠다.


코스모스력 17년, 티베리우스 4년, 황제가 에시르에게 전쟁을 선포하니 에시르 칼 3세 5년의 일이다. 칼 3세가 어린 왕에게 전령을 보내 상처한 비통한 심정은 아나 백성을 생각해 날뛰지 말라, 라고 했지만 티베리우스는 이를 조롱으로 받아들였다. 황제는 각 귀족들에게 군대를 만들라 지시하고 왕실에 기거하는 오메가들 중 질 나쁜 이들을 뽑아 전쟁 노리개로 삼았다. 이에 반발이 많았으니 오메가의 수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혈통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황제의 고집을 말릴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충신 로무스와 에델라이스가 형에 처해졌다. 황제가 주장하길, 오메가로부터 더 많은 오메가를 낳으면 그만이다, 하여 그 명을 받들 수밖에 없었다.


코스모스력 24년, 티베리우스 13년, 7년 전쟁이 끝을 내렸다. 황제의 후계인 가이우스가 티베리우스의 목을 치고 휴전을 선포했다. 칼 4세와 가이우스가 에덴의 중간도시 모닝스타에서 협정에 합의를 하니 그것이 코스모스력 25년이다. 서로의 영토에 침범하지 않을 것이며, 중간계 에덴을 통한 상업적 교류를 계속 할 것을 약속하였다. 


-


코스모스력 41년, 네로 1년,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아들 브라타니쿠스를 독살하고 그의 양자 네로가 황제에 올랐다. 


코스모스력 43년, 네로 3년, 황제 네로가 자신을 낳은 오메가 아그리피나와 반려 옥타비아를 처형하니, 죄목은 오메가가 지나치게 정치에 관여한다는 것이었다. 황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모든 오메가의 신분을 낮추라 명하였다. 오메가와 반려를 걱정하는 알파들이 이에 항명하였다. 황제가 명에 반하는 이들을 모두 척살하였고, 민심이 혼란스러워 졌다.


코스모스력 47년, 네로 7년, 중간 자유의 땅에서 예언이 내려지어 이것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에덴에 머큐리 해안가의 가나안이라는 마을에서 예언자 가브리엘이 메시아 예언서를 만들어 널리 퍼뜨렸다. 예언인 즉슨 어둠과 빛이 만나는 새벽녘 가장 밝고 큰 별이 뜨는 날, 하늘의 왕이 지상에 내리시니 코스모스의 모든 것을 통합하사 모든 것을 평등하게 다스린다, 하였다. 이에 황제는 노하여 군대를 보내 가나안을 불태우고 가브리엘을 처단하였다. 이는 필시 에시르의 황제 칼 7세가 민심이 어지러운 틈을 타 국정을 혼란하게 하기위해 가브리엘을 심어 두었다고, 간신 셀마가 주장했다. 코스모스 48년, 네로 8년, 황제가 에시르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코스모스력 50년, 네로 10년, 어스까지 점령한 칼 7세의 군대가 황제의 목을 벴다. 칼 7세는 칼 4세와 가이우스 간의 협정을 들어 전리품으로 어스에서 생산된 곡식 5만 가마와 짝 없는 오메가 100명을 데리고 자신의 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에시르에 충성을 맹세한 가문 플라비우스를 왕조로 추대하였다. 하지만 이듬해 마커스 코케이우스 네르바에 의해 왕조가 막을 내리고 마커스 왕조가 시작되었다.


-


코스모스력 820년, 오토 13년, 에시르 왕 프레드릭 1세의 사치가 날로 늘어 에덴에 있는 이민족의 오메가까지 모두 섭렵하여 잡아간다 하였다. 황제가 에시르 왕에게 서신을 보내 이를 만류하나 소용이 없었다. 에시르 왕가의 혈통이자 이오 화산 등지에서 살던 벌칸 족이 왕의 포악함을 이기지 못해 일족을 이끌고 황제를 찾아와 그들을 받아줄 것을 간청하였다. 황제는 흔쾌히 그들을 귀족 신분에 안치하였고 일족의 우두머리인 수락을 자신의 책사로 임명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오래된 지혜로부터 조언을 얻어 프레드릭의 목을 칠 준비를 하였다.


코스모스력 824년, 오토 17년, 황제가 군대를 이끌어 마르스 사막으로 향하였다. 황제가 군대를 사막의 동쪽 마리너리스 협곡에 주둔하게 하였고, 이에 프레드릭 1세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그 곳으로 향했다. 황제가 수락의 조언대로 협곡 사이 보기에 그럴 듯한 나무다리를 세워 놓았다. 그리고 군대를 물리자 어리석은 프레드릭 1세가 군대와 함께 그 다리를 건너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다리가 주저앉아 그대로 협곡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오토는 황제의 밑에 있던 오메가들을 해방시켰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오메가이자 자유 이민족 중 가브리엘의 후손으로 알려진 Q족의 유디트와 혼인하였다. 유디트는 꿈을 통해 나라의 위험을 예언하며 황제의 곁에서 훌륭한 조력자가 되었다.


-


코스모스력 1132년, 프리드리히 2년, 세턴의 디오네 평원에 살고 있는 도미니언 족이 에시르로부터 벗어나와 마르스 사막의 동쪽 타르시스 고지의 포보스 산 아래에 작은 국가를 만들어 피르다우스라 국호를 칭했다. 그리고 이민족을 모아 올림포스와 에시르의 국경 지를 약탈하여 영토를 확장하였다. 황제가 에시르의 왕 구스타프 2세에게 책임을 묻자 에시르에서 군대를 파견하여 올림포스를 도와 피르다우스를 무찌르기로 했다. 피르다우스의 황제 무함마드 1세가 이에 맞대응 하니 그렇게 1차 도미니언 전쟁이 발발하였다.


도미니언 전쟁은 2년간 진행되었다. 국경도시 친토카에서의 전투를 기점으로 에시르와 올림포스의 연합군과 피르다우스의 중간계 이 종족 연합군의 싸움은 우월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그 중 에시르의 정예군인 클링온 족과 로뮬란 족의 공이 컸으며, 결과적으로 제 2차 카대시안 전쟁에서 에시르와 올림포스 연합군이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사상자만 700만이 넘었으며, 도미니언 족의 수가 급격히 줄어 포보스 산에서 데이모스 산 등지로 대피하게 되었다. 에덴 자유지역은 협정에 의해 한동안 동쪽은 에시르가 서쪽은 올림포스의 섭정을 받아 이민족의 혼란을 정리하였다. 


-


코스모스력 1372년, 막시밀리언 13년, 황후 마리아가 낙마 사고로 사망하여 황제의 상심이 컸다. 이에 위로를 건내려 에시르의 왕 칼 13세가 귀족가의 영예 후아나를 보내었고, 황제는 후아나가 알파임을 알아보고 아들 오메가 필립과 혼약을 시켜 에시르와의 평화를 유지하려 하였다.


-


코스모스력 1592년, 필립 21년, 황제가 병환에 드니 마땅한 후계가 없어 근심이 많았다. 황제에겐 마리아 공주만이 유일한 자손이었으니, 이에 법령을 고쳐 여자도 황제에 오를 수 있게 하였다. 코스모스력 1594년, 필립 23년, 황제가 세상을 뜨고, 마리아 공주가 여제의 자리에 올랐다. 이 때 에시르의 왕 구스타프 3세가 암살을 당하여 구스타프 4세가 즉위하였다. 


코스모스력 1613년, 마리아 19년, 구스타프 4세가 남모르게 로뮬란의 군대를 양성해 마리아 여제의 목을 치려하였으나, 여제의 책사이자 벌칸인 트팔이 이를 알아차리고 전쟁 대신 협상을 할 것을 설득하였다. 여제는 슬하 열다섯 자식 중 오메가인 마리를 에시르의 귀족 루이 16세에게 혼례를 시키며 협상을 진행하였고, 곡식이 부족한 에시르에게 매년 2000가마의 곡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쟁은 전투 직전 마무리 되었다. 


마리와 루이16세 부부는 금술 좋게 잘 지내는 듯 했으나 구스타프 3세의 암살 배후에 구스타프 4세가 있었음이 알려지면서 그 세력과 함께 숙청당한다. 코스모스 1619년, 마리아 25년 이었으며, 여기에 마리가 오메가로서 음탕하여 품행이 바르지 못하였고, 사치를 자행해 루이 16세의 재산을 탕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여제가 슬퍼하니 그녀의 반려 프란츠가 승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여제의 반려 프란츠 역시 생전 바람기로 유명했기에, 마리아의 장남 요세프는 쇠약한 여제를 대신해 섭정할 당시 오메가 관리법을 내려 모든 오메가의 신분을 단속하기까지 했다. 


코스모스 1625년, 요세프 1년, 황제에 올라서도 그는 오메가를 멀리 하였다. 그의 반려 이자벨라는 충분히 아름다웠으나 베타였다. 때문에 슬하에 자식을 둘 수 없었지만 그는 대신들의 후계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생전 단 하나의 오메가도 곁에 두지 않았다. 황제는 칙령을 내려 나라 안 밖으로 여러 개혁을 실시했다. 귀족들의 특권을 줄였으며 부인인 이자벨라의 신분을 상승시켜 주면서 동시에 베타의 신분 역시 교육과 종교 직에 제한을 풀었고, 노비 제를 폐지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메가의 신분은 딱히 달라질 것이 없었는데, 황제가 오메가들의 근본적인 방탕함을 혐오하기 때문이었다.


- 올림포스 역사가 두락 作 <전쟁과 역사> 중 발췌






플루토는 본디 대지가 없는 땅이다. 지표 아래 켜켜이 쌓인 얼음 층들로 가득하여 단단한 대지를 이루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플루토의 얼음 층은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그곳에 기온은 영하 10도 위로 올라간 적이 없으며 1년 강수량이 60% 이상이기 때문에 내리는 눈들이 그대로 땅에 얼어 그곳을 구성하고 있었다. 실제로 플루토의 얼음은 점점 차올라 우라노스 지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라노스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 실제로 플루토와 우라노스의 경계가 되는 움브리엘 산 중간 델타베가 마을은 이미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우라노스는 노르게이 산맥이 지나가는 거대한 산악 지역이다. 만년설이 얼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항상 낮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산맥 아래쪽으로 눈이 녹기는 하지만 고산에서 생존하는 풀들만이 그 때 잠깐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노르게이 산맥에 가장 유명한 산으로는 수도 보텐을 수호하듯 둘러싸고 있는 티타아나 산이다. 만년설이 녹지 않는 거대한 하얀 산은 도시를 요새처럼 수호하고 있다. 그 산의 중간에 왕이 사는 성 궁니르는 흰 산과 상반되는 검은 돌로 지어졌는데, 칼 5세의 기록을 보면 이 성을 짓기 위해 노르드들은 주피터의 암석들을 실어 날랐다고 했다. 서쪽으로는 오베론 산이 있는데 고지가 너무 높아 어느 누구도 그 봉우리에 접한 이가 없다. 노르드 인들은 그곳이 이미르의 두개골이 묻힌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르게이 산맥이 우라노스를 가로지른다면 엘리시움 산맥은 노르게이 산맥의 동쪽으로부터 뻗어 나와 코스모스 대륙을 가로지르고 있다. 산맥은 마르스 사막의 타르시스 고지까지 이어진다. 우라노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서부터 이어지는 암석으로 된 산악지역을 주피터라고 한다. 고지대에 경사가 산세가 험난해서 그 지역을 지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산맥의 중간에 유독 우뚝 서있는 이오 화산은 코스모스의 산들 중 세 번째로 높은 산으로 땅아래 흐르는 용암의 열기로 풀이나 나무가 자라지 않아 오로지 높낮이가 다른 돌산들이 솟아 마치 거대한 미로처럼 보여 과거 고대 벌칸 족들이 이 지형을 이용해 자신의 종족을 지키며 살았었다. 화산은 현재는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 아래 엔셀라두스 평원에서 간헐천을 뿜어대곤 한다. 


엔셀라두스 평원을 품고 있는 평야 세턴은 간헐천 지대 외에도 여러 평원들을 품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이 한대 평원지대이다. 키가 낮은 풀들이 자라 있는 가니메데 평원을 포함하여 얼음과 암석이 공존하는 칼리스토 평원까지 여러 특징을 가진 땅이 띠처럼 산맥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노르게이 산맥에서 뻗어 나온 두 개의 강이 평원을 지나 하나로 합쳐져 서쪽으로 흐르는데 작은 강줄기를 소마젤란, 큰 강줄기를 대마젤란 강이라고 한다. 강의 물줄기가 땅에 물을 공급해 식물들을 자라게 하나 농사를 지을 만큼 땅이 비옥한 것은 아니라 그 지역 사는 사람들은 초원지대에 가축을 방목하여 유목 생활을 한다. 


엔셀라두스 평원이 끝나는 지점, 황금색 모래와 단단한 암벽의 땅만이 가득한 곳을 마르스 사막지대라고 한다. 동쪽 산맥에 포보스와 데이모스 산이 있으며 전쟁에서 패한 일부 도미니언족이 몸을 숨긴 채 살고 있다. 산맥 너머 거대한 절벽이 넵튠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산맥으로부터 이어지는 마리너리스 협곡은 오토 황제가 프레드릭 1세의 군대를 무찌른 곳으로 유명하다. 산맥으로부터 서쪽으로 타르시스 고지가 뻗어 있으며 고지를 지나면 사막의 평원이 나온다. 내륙 평원인 메리디아니 평원은 단단하고 마른 땅이고 해안가에 가까운 아마조나스 평원은 모래들이 쌓인 사구들로 둘러쌓인 사사막을 끼고 있는 모래 평원이다. 평원의 가장 서쪽에 커다란 듄이 있는데 그 아래로 펼쳐지는 태양 빛의 빛나는 모래와 에메랄드 색의 머큐리 바다가 한데 어울러져 절경을 이룬다.


마르스 사막의 전체는 에덴 자유 지역으로 에시르와 올림포스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자유도시인 모닝스타는 에덴의 수많은 자유 민족과 에시르와 올림포스의 상인들이 모이기도 한다. 때문에 도시는 항상 번잡하며, 사건이 끊이질 않지만 달리 규율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 하지만 대륙의 모든 귀한 것들이 모이기도 하며 때때로 탄광에서 석탄을 캔다는 바위굴 족이나 동방의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황인 족 등을 노예로 사고팔기도 한다. 


모닝 스타 말고도 유명한 도시로는 서쪽 해안가에 가까운 가나안인데 가브리엘의 예언서가 나온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곳에 더 이상 그들의 후손인 Q족은 살지 않는데, 이유는 미래를 본다는 그들이 가장 값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의 신분을 감춘 채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엔셀라두스 평원에 가까이 간헐천을 끼고 있는 소도마이트라는 도시는 온천 도시로 유명하다. 하지만 에시르에 속해있는 온천도시 미미르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 도시에는 주인이 있으며 페렝기 족의 롬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돈으로 사들인 오메가 창부들을 두고 그곳에 오는 모든 이방인들과 장사를 해 이윤을 얻는다. 때문에 그곳은 항상 오메가의 향기로 가득하며 그 안의 풍경은 온통 음란하기 그지없다.


남쪽 온대 초원지대인 어스는 점점 그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사막은 점점 커지고 있고 건조한 땅이 늘어가며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사막과 맞닿아 있는 나스카 평원은 이미 절반 이상이 사막화가 진행된 상태고 팜파스 평원도 그리 안전하다 할 수는 없어 그 지역 유목민들의 걱정이 컸다. 유일하게 숲을 품고 있는 안데스 평원이 그나마 푸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벌목으로 그 숲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래도 숲에서부터 머큐리 해까지 뻗어나가는 솜브레르 강 주변으로 아주 깊은 숲 안쪽은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려는 지역 사람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비너스는 화산의 잔재들이 비옥한 토양과 섞여 넓은 농지를 가진 평야로 변모하였다. 코스모스에서 나는 대부분의 곡식이 이곳에서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야는 넵튠해로 뻗어가는 안드로메다 강으로부터 물을 공급 받아 촘촘한 밭과 논으로 가득 차있다. 비너스의 한 가운데 올림포스의 수도 유피테르는 평지에 있기 때문에 방어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 때문에 원형으로 된 도시 외부로 3중으로 방벽을 세워 하나의 요새를 만들었다. 요새의 정 가운데 황제가 사는 아테네 성이 있다. 성과 방벽은 누런 빛 땅의 색을 하고 있으므로 그 암석의 성분 때문에 태양이 비추면 금빛으로 빛나 다른 이들은 유피테르를 태양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비너스도 온전히 안전하다 할 수는 없다. 비너스보다 더 남쪽 헬라오스 지역은 갈릴레이 화산을 중심으로 용암이 들끓는 화산지대인데 그 지역에 가까이만 가도 유황 냄새가 나며, 굳은 용암으로 검은 땅은 어느 생물도 살 수 없는 불모지였다. 갈릴레이 화산은 이오 화산과는 달리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실제로 코스모스력 1782년 한 차례 폭발하여 가장 가까운 마을 프로메테우스를 불태운 기록이 있다. 코페르니쿠스 신전의 신관들은 화산이 한차례 큰 폭발을 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비너스의 온 땅을 덮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사실 그것이 아니어도 비너스의 강수량이 점점 줄고 있으니 에시르로서는 당장 가뭄에 대한 걱정이 클 것이다. 코스모스 대륙은 다양한 기후와 땅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점점 사람이 살기에는 최악의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럴 때야 말로 대륙에 사는 모든 이들이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역사적으로 몇 번의 전쟁을 치뤘고, 그 안에 서로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는 이상 그 골을 좁히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 올림포스 지질학자 에델라이스 C. 작센 作 <우리의 땅:코스모스> 중 발췌






나의 군주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여제여.


그간 강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에 대관식과 혼례식을 마치셨다 들었습니다. 뒤늦게 감축 드립니다. 알버트 대공은 분별력이 있는 오메가이니 여제의 반려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저는 이곳에서 충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에시르의 왕, 오스카르 1세가 저희를 환대하여 신경 써주니 사철 따사로운 유피테르와 정 반대인 이 곳 기후에도 적응하여 그럭저럭 지낼 만합니다. 


(중략)


여제께서 걱정하셨던 것에 대해서 에시르의 왕도 근심하고 있으니, 비너스의 곡물들이 오는 도중에 상해 없어지거나 에덴의 야만족들에게 약탈당하기 일쑤라 백성들이 충분히 그 양을 취하지 못함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수입하는 에시르의 광물 역시 마찬가지이니 이러다가는 두 국가 간의 거래에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길 줄 압니다. 하여 에시르의 유능한 기술자들과 함께 독자적인 기술을 계발하였으니 우리는 이것을 증기 기관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석탄을 때워 열을 만들어 동력을 만드는 기술인데 이 기술을 이용한다면 말과 마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완성된다면 여제께서 근심하시던 일이 모두 해결될 줄로 압니다.


(중략)


조만간 시작품을 운영해 볼 예정입니다. 제가 다시 유피테르로 돌아갈 때는 완성작을 가지고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모쪼록 안녕하시길....


- 증기기관 개발자 아버딘 M. 스콧이 올림포스 여제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에게 보내는 전령 중 일부 발췌






요르문간드의 저주는 계속되고 있다. 오메가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차별은 역행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오메가에 대한 핍박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들을 애 낳는 도구 내지는 노리개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귀족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마리아 여제 이전부터 오메가는 나라의 협상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일쑤였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는 어려웠다. 간혹 진정히 사랑하는 서로가 본딩을 맺어 반려 관계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귀족이나 왕족 간의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드문 일이다. 에시르라고 해서 사정이 딱히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에시르의 오메가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으며 그나마 남은 이들은 왕가의 혈통 유지를 위해 수도로 끌려가는 추세이다. 에시르의 현 왕제 칼 17세는 행실이 사치스럽고 잔악하여 그마저 있는 오메가들을 제 손으로 죽이는 날이 허다하다는 이야기가 잇달아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오메가를 핍박하기만 한다면 짝 없는 알파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곧 왕가의 혈통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는 오메가에 대한 차별을 저지해야 한다. 오메가도 결국엔 사람이다. 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각 분야에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주장에 알파와 베타들이 말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데 무엇이 차별이라 하는 거냐고.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가장 약자들만이 그 차별을 느낄 수 있으니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당연함 앞에서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고로 우리는 인지해야한다. 우리가 의식 없이 짓밟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 오메가 인권 상장 위원회 델라 그린웨이 作 <현실이면> 중 발췌






태초에 빛과 어둠으로 이루되 이 땅에 가이아를 낳으신 하늘 위 존재께서 가나안 땅에 예언자를 내리사 그의 종들이 앞으로의 일을 알게 하시었다. 축복받은 땅이 둘로 갈라진 것은 가이아 여신의 뜻이 아니니 이로 인해 대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태초의 혼란으로 돌아갈 것이다. 북으로는 이미르의 냉혈이 내려오고 남으로는 가이아의 화가 미치어 더 이상 생명이 살아갈 곳이 없게 할 것이다. 이에 땅 아래 백성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늘이 그 아들을 내려 여신이 이루지 못한 일을 대신하여 이곳을 통합하게 하리라. 


가장 메마른 땅 위 가장 밝고 커다란 별이 뜨니 하늘 위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땅 위에 짐승들이 발을 구르라. 하늘의 아들은 가장 높은 피를 이으며 가장 낮은 신분을 가지고 가장 척박한 땅에서 태어나리라. 허나 절대로 그를 찾지 못하리니, 하늘 위 뜨는 샛별 옆으로 그림자별이 지는 탓이리라. 그림자의 어둠과 샛별의 빛이 맞붙게 되리니 태초 로만과 노르드의 싸움과 다를 것이 없어, 온 땅을 뒤흔들고 모두를 혼란 속에 빠트릴 것이다. 이를 말릴 수 있을 자는 오로지 왕의 반려 불의 여우뿐이니 그들이 싸우기 전 미리 여우를 찾아 그들 앞에 대령해야 옳음을 알아라.


여우는 북쪽 하늘에 여우의 꼬리가 흔들리는 날 새로이 태어나리라. 로만의 가죽을 쓰고 노르드의 피가 흐르는 이로, 누구의 것도 아니며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을 것이다. 뱀의 저주로 여우의 심장이 굳은지 오래이니 영원의 불을 가져다 그 입 속에 넣어 팔팔한 심장을 씹어 삼켜야 할 것이다. 오로지 여우의 심장을 취하는 자만이 진정한 이 땅의 왕이 될지니, 여우의 희생이 불가피하되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니라. 그렇게 여우를 취한 자만이 진정한 승자요, 대지의 왕이니, 그가 이미르의 냉기와 가이아의 화를 걷어내어 이 땅을 구원으로 이끌어 가리라.


만약 하늘의 왕이 가이아와 마찬가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될 시, 이 땅에 찬란한 종말이 내려 하늘에 나팔 소리가 울리고 땅이 춤을 추니, 대지를 딛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하늘로 회귀하리라.


- 가나안 가브리엘의 예언서 중 발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