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Sense.

( Loki Asgard x Tony Stark )

 

 

 

 

 

 

 

 

 

 

1.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을 회상해보자. 그건 별로 어렵지 않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던 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작을 모르니 원인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사람들이야 이제 와서 그 원인을 파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우릴 비판하는 사람들은 영웅들의 지나친 태만이 불러온 빌런의 참상이라 말했고, 자연주의자들은 환경적 생태가 변화하며 인류의 종말을 불러오는 전조라 말했고, 종교인들은 인간의 지나친 오만에 분노한 신의 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치료제를 만들 만한 방도를 제시하진 않았고, 사람들은 그렇게 그냥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시작, 그것을 알아채기에는 그 땐 아무런 전조도 보이질 않았다. 당시의 세상은 여전히 일상을 품고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태양이 비추는 낮에는 빛이 있었고, 달이 스며든 밤에는 어둠이 있었다. 낮과 밤이 지나가는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연인. 연인들 사이에는 사랑이 있었고, 질투가 있었고, 미움 그리고 이별이 있었다. 그들이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가 있었다. 공기가 흘러가며 바람을 만들었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이 춤추듯 흩날렸다. 사람들은 만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고 이별했다. 그들은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다. 바람, 물, 공기, 하늘, 빛, 어둠. 그들은 매일 지나치는 길을 보고, 매일 먹는 음식을 먹고, 매일 뿌리는 향수의 향을 맡는다. 평온한 일상들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시작은 한 남자로부터였다. 부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나들이를 나왔던 남자는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치밀어 오르는 상실감에 견디지 못하고 몸을 늘어뜨린 채 절망적으로 흐느꼈다. 남자를 부축한 부인은 남편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대신 가장 가까웠던 우리 타워로 데리고 왔다. 사람들이 영웅의 신전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이상을 느낀 검은 요원들이 그 남자를 격리했고 하얀 방에 덩그러니 놓여진 남자는 방음되는 방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자신이 상실한 모든 것들에 대해 슬퍼했다. 지금은 먼 옛날처럼 추억거리로 남은 남자의 옛 연인에 대한 비극을 들으며 부인은 지저분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안쓰럽게 남편을 쳐다보았다. 



우리 그 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언제나 활기차고 행복했죠. 옛 사람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오늘은 우리 결혼기념일이었고 남편은 스테이크를 먹다 말고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이걸 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어요. 저희 옆집에 사는 사라도... 



정황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그녀가 말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조금 진부하고 시시하게 느껴졌다. 배너는 삼일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다가 막 잠에 들려던 차에 잡혀왔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박 3일의 짧은 중국 회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끌려온 상태였다. 누구 하나 바늘이라도 쥐고 톡 찌르면 터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신경질이 뇌 안을 가득 채웠고, 그런 상태에서 본 격리실의 남자는 단순히 우울증에 걸린 중년 남성으로밖엔 보이질 않았으니 말이다. 



어떻게 생각해요? 토니. 



배너는 피곤한 눈가를 비비면서 그렇게 말했다. 동그란 안경 알 밖으로 비춰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배너는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핸드폰으로 날아온 연인의 메시지에 답을 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요즘 그는 무척이나 요리에 취미를 붙인 상태라서 오늘 돌아오면 선사해줄 근사한 만찬 따위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줬던 차였다. 당장에라도 이 피곤함을 벗어 던지고 품에 뛰어들고 싶은 나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배너는 대답을 재촉하며 내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나는 마지못해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남자는 절규하다 못해 지친 것인지 멍한 눈으로 우리가 있는 유리벽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자비스, 저런 증세에 대한 보고가 있던가? 

최근 우울증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sir. 그래프를 띄울까요? 

아니, 일단 저장만 해 놔. 배너. 저건 단순한 우울증이에요. 그리고 만약 뭔가가 있다면 다른 보고가 들어오겠죠.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결론을 내렸다. 감금 실에 있던 남자의 볼에 투명하게 맺혔던 눈물들은 말라 있었고 남자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계속 허공에 무언가를 외쳤다. 입 모양으로 봐선 부인을 부르는 듯 했고,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지만, 우울증 사례에서 정신 분열증을 동시에 일으키는 일은 흔한 일이었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는 남자를 풀어주었다. 남자는 부인을 품에 안고 자리를 떴다. 그는 나를 향해서 한 번 크게 숨을 들이키기도 했는데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실례했다는 인사만 남기고 사라졌다. 


배너는 잠을 자러 다시 떠났고 나는 연인을 만나러 내 플로어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맛있고 달큰한 냄새가 나를 반겼다. 아아- 정말이지 나는 그 순간을 가장 고대하고 있었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왠지 집에 돌아왔다는 안정감이 들었던 탓이었다. 로키는 부엌을 쓰고 있었다. 그는 샐러드를 만들던 차였는지 양배추를 부수고 파프리카를 썰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냉큼 달려가 그의 널찍한 등을 안고 코를 부볐다. 로키에게선 예전부터 이상하리만큼 상쾌하고 청량한 향이 났다. 그리고 그건 이상하게도 나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해주었다. 셔츠 가득 그의 살 냄새와 음식을 하면서 벤 고기의 구운 냄새, 아삭한 채소 냄새, 그리고 청량한 물 냄새 같은 것들이 났다. 



Honey, I'm home. 

Oh, lover. I miss you.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로키는 센스 있게도 들고 있던 식칼을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뒤 뒤를 돌아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가 입고 있는 검은색 실크 셔츠에 얼굴을 박고 나는 집에 왔음을 실감하며 즐겁게 웃었다. 아까까지 머리를 내리누르던 피곤함이 가셨다. 오늘 저녁은 뭐야? 라고 웅얼거리자 로키는 식탁에 늘어져 있는 요리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말해주었다. 레몬소스를 곁들인 양상추 샐러드와 적당히 구운 안심스테이크, 사이드로는 볶은 콩과 구운 감자, 디저트는 망고와 바닐라를 갈아 만든 아이스크림 따위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사귀게 된 계기는 별로 중요하진 않았다. 그냥 TV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나이 지긋한 노부부들이 말하던 것처럼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얽혔고, 어느 정도의 공통점이 발견되면서 대화가 생겼고 관계가 생겼다. 로키는 아스가르드를 떠나 내 옆에 정착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린 숱한 연인들이 그러하듯 잦은 다툼을 했다. 태만한 시간을 누리던 신은 바쁘게 시간을 쪼개서 일하는 내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버려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느꼈고 그건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약점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항상 그 일로 부딪혀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책은 나오질 않았고, 그 쪼개지는 시간에서 그를 만날 여유를 어떻게든 빼내는 내 노력에 눈물겹게도 그는 나태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소한 취미들을 갖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요리였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에 맞게 그는 꽤 그런 쪽에 재능이 있었다. 그는 시간을 재 고기를 굽고, 섬섬옥수로 양상추를 으깨고, 칼로 재료를 썰고 다듬는 모습. 그가 있을 때면 술이 있는 것 빼고는 아무런 필요가 없었던 주방이 온갖 소리와 냄새로 가득 찼다. 그래서 나는 요리하는 그의 모습을 퍽 좋아했다. 그의 기다랗고 큰 손가락이 싱싱한 양배추를 부수며 내는 아삭하고 상큼한 소리가 좋았고, 스튜가 보글보글 끓으면 은은하니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것도 좋았고, 칼끝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다 익은 파스타 면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다 좋았다. 무엇보다 부엌에 서있는 남자의 커다란 등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했다.


우리는 며칠 만에 재회한 것을 축하하며 만찬을 즐겼다. 레몬 소스가 곁들여진 양상추 샐러드는 상큼하니 달콤했고, 잘 익은 고기에서는 단백한 육즙이 흘러나와 혀끝을 적셨다. 와인으로 맛을 낸 소스는 달큰했고, 적당히 볶은 콩은 입 안에 터지면서 오독거리는 소리를 냈다. 구운 감자는 소금 간이 잘 베어 짭짤했고, 마지막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은 시큼하며 달았다. 로키는 지난 내가 없는 3일간 그의 형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으며, 읽었던 책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따위의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나는 중국에서의 지루했던 회의와 페퍼의 잔소리에 대해서 투정을 늘어놓았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접시를 치우지도 않은 식탁에 누워 가볍게 섹스를 했다. 나를 짓누르는 거대한 손을 느끼며 나는 한껏 그의 품에 매달렸고 땀에 젖어 미끈거리는 하얀 피부에선 음식을 하는 동안 베인 여러 가지 냄새와 진한 살 냄새, 그리고 젖은 땀 냄새 같은 것들이 났다. 


행복으로 충만한 마음이 내 안에 포만감을 주었다. 내 일생을 통틀어 지금만큼 행복했던 순간은 없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때의 나는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아마 행복은 그쯤에 계속해서 머물며 떠돌고 있었다. 


나는 행복했다.




2. 상실한 자, 후각을 잃다.


내 행복을 비웃듯 세상은 슬픔으로 물들었다. 거리를 걷던 한 여인이, 주차 딱지를 떼던 경찰관이, 엄마의 손을 잡고 풍선을 흔들던 어린 아이가, 막 자식을 품에 안은 아버지가, 버스를 타고 가던 노인이 원인 모를 슬픔을 느꼈다. 그들은 한 순간 몰려오는 깊은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렸다. 헤어진 연인, 고인이 되어버린 친구, 상처를 주었던 그 누군가를. 그들은 울고 절망하고 슬퍼했으며 그 슬픔이 가시는 순간 어딘가 허전함을 느꼈다.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추억들을 대변하는 어떤 것이 사라졌다. 그것은 후각이었다.


일종의 질병이었다. 바이러스처럼 확산되는 질병은 미국이 아닌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후각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공식성명을 발표하였다. 질명의 이름은 고도 후각 상실 증후군이었다. 병은 어떤 식으로 발병되고 확산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정확한 패턴을 알 수도 없었고, 그것을 막아야할 백신 연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후각을 잃은 수많은 실험쥐들을 바라보면서 배너와 나는 그 질병에 대해 연구했다. 진척이 없는 연구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박테리아의 확산을 보면서 우린 한 때 격리실에 수용되었던 남자를 떠올렸다. 이별한 옛 연인을 생각하며 울고 있던 남자는 크게 숨을 들이키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 징후를 진작 알아채지 못한 우리의 죄책감은 컸다. 그랬기에 더욱 연구에 몰두했다. 비록 진척 없는 연구라고 해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노고를 비웃듯 질병은 확산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이젠 냄새를 잃어버렸다. 우리 중의 시작은 캡틴이었다. 회의가 진행되던 와중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는 얼음 속에 얼어있을 동안 잃어버린 70년의 시간을 통곡했고, 죽어버린 전우를 그리워했으며, 춤조차 추지 못했던 연인을 애도했다. 엉망으로 울어버린 그는 슬픔이 가라앉자 눈물 젖은 뺨을 지우며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후각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해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또 일주일이 지나갔다. 복도를 걸으며 회의를 하다가 임무를 수행하다가 우리는 쉬이 절망하고 울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는 기이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옛 기억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냄새는 추억과 연관되어있다. 어머니가 처음 떠줬던 스웨터의 포근한 냄새, 아버지와 공놀이를 하던 잔디의 풋풋한 내음, 처음 피웠던 담배의 매캐한 냄새, 첫 키스를 나눴던 소녀의 달콤한 향기 그런 것들은 추억 속에 존재하며 끊임없이 사람들을 추억에 젖게 했다. 하지만 후각을 잃은 사람들은 더 이상 추억하지 않았다. 추억을 할 만한 냄새를 이제 맡을 수 없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70년대를 그리워하던 캡틴 아메리카는 더 이상 그 때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 태어난 것처럼 홀가분하다고 그는 말했지만, 고지식하고 올곧은 남자의 얼굴에는 씁쓸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 상실은 정말 평소와 다르지 않은 오후에 갑작스레 일어났다. 로키와 나는 커다란 쇼파에 각각 등을 대고 앉아 마주 닿은 발을 꾸물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는 진척 없는 연구 자료를 보며 이마를 비비고 있었고, 그는 제인 오스틴 소설을 읽으면서 손가락으로 두꺼운 양장 커버를 톡톡 두드리기 일쑤였다. 간지럽게 발가락이 얽히는 것이 점차 성적인 기운을 띄기 시작했다. 그건 누군가가 던진 신호탄에 맞춰 일어난 것도 아니었고, 연인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성적인 접촉에 따라 일어나는 욕구고 욕망이었다.



다 읽었어?

아니, 넌?

나도 아직.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 한 번 쳐다보지 않는 무정한 연인을 흘끗 바라보다가 나는 파란 모니터에 뜬 그래프 밑으로 작게 웃었다. 무심한 투와는 달리 내 발바닥을 긁어대는 발가락의 움직임은 꽤 다급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다 읽었어?

어, 넌?

이따 하지 뭐.



그리 말하며 그는 읽던 책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고 나는 허공에 떠있는 파란색 모니터를 단숨에 꺼버렸다. 그는 냉큼 내 위로 올라와 몸을 겹치며 입술을 마주하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웃었다. 얇은 입술이 다정하게 겹치고 아랫입술을 살짝 빨아냈을 때, 그가 쓰고 있는 스킨의 진한 향을 맡았을 때, 왜였을까? 머릿속에서는 자꾸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 둘 씩 올라왔다. 그것은 행복하거나 즐거웠던 순간들과 거리가 먼 것들이었고 오히려 괴로우리만큼 잊고 싶었던 슬픈 기억들이었다. 내 입술 위에 그의 입술이 있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눈앞의 그는 조금 당황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울고 있었다.


나는 내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에 대해 슬퍼했다. 받아 본 적 없는 부모의 사랑, 아버지의 손에서 부서져 버린 내 첫 친구이자 첫 로봇, 친구가 갖고 싶었던 어린 날의 외로움, 첫 사랑의 배신, 부모님의 죽음, 심장을 갉아먹는 미사일의 파편, 나를 비난하는 여론, 믿었던 대부의 배신, 죽음을 앞에 둔 절망,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초리 등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고, 더 이상 잡을 수 없다는 상실감을 내게 안겨주었다. 뇌 안이 눈물로 가득 찬 것처럼 상실의 바다 한 가운데 빠져 질식할 것 같은 슬픔은 내 눈에서 흘러 볼을 타고 흘렀고 날 엉망으로 만들었다. 


로키는 우는 나를 토닥여 주었다. 쉬이- 토니, 괜찮아. 괜찮아. 증후군에 대한 징조일 뿐인 울음을 알고 있음에도 슬퍼하며 오열하는 나를 로키는 진심으로 안타까워 해주었다. 뜨거운 혀가 내 볼을 뭉근하게 핥았다. 입을 맞추고 내 온 몸을 으스러져라 껴안으면서 그는 나를 달래려 애를 썼다. 그리고 그 뜨거운 품에 안겼음에도 앞에 둔 연인이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 슬퍼하는 나는 그 순간이 지독하게 싫었다. 구름이 걷히듯 서서히 물러나는 슬픔에 버려졌던 이성이 태양처럼 떠올랐고 그 이성은 이젠 내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젠 내가 좋아하는 집의 냄새를 더 이상 맡을 수 없다는 것을.


로키는 두 팔에 한껏 나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혀 주었다. 눈물은 멈추었지만 슬픔의 여운이 남아 나는 훌쩍거렸다. 그는 그가 가장 좋아하던 셔츠를 눈물로 적시는데도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탁자에 놓인 자명종이 초조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양 팔로 그의 허리를 꽉 붙잡고 가슴 가득 코를 뭍은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청량하고 맑았던 향은 이제 나질 않았다. 코에서는 이제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나를 반기던 따뜻했던 그 냄새가 무작정이고 그리워졌지만, 그 그리움이라는 것도 사라진 후각만큼 생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네 냄새를 더 맡아 놓는 거였어.



그 투덜거림은 진심이었기 때문에 맹맹한 내 목소리가 짐짓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 큰 손가락으로 내 코를 쥐고 흔들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그 얇은 입술로 이마에 입 맞춰 주었다. 따뜻한 온기가 이마에 닿았다 떨어졌다.



앞으로 기억할 거리를 더 만들어 놓으면 돼. 이건 아무것도 아냐, 토니.

네가 신이라서 다행이야. 병에 걸리진 않을 테니 말이지.



그렇게 말한 것은 내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다. 자명종의 초침이 초조하게 세 번이 울리고 나서 나는 내가 뱉었던 소망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아무렇게나 뱉어진 소망은 그의 초록색 눈동자로부터 떨어지는 눈물에 짓밟혔다. 아까까지만 해도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던 입술이 일그러졌고, 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엉엉 울었다.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내가 당황하기엔 충분한 광경이었다. 나는 그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그를 달래려 애를 썼고, 내 온몸에 거미처럼 얽혀오면서도 뜨겁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잇새로 괴성처럼 절망을 뿜으며 울고 또 울었다. 시트가 그의 눈물로 온통 젖었다. 그가 고개를 박고 있던 내 브루넷도 온통 눈물에 젖어버렸다. 


로키는 울다가 또 울다가 거의 견디지 못하겠는지 잠에 빠져들었고, 그런 그의 옆구리에 몸을 은닉한 채 나도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로키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사왔다. 그를 그렇게나 괴롭혔던 상실된 기억에 대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 날 하루 종일 꽃바구니에 코를 박고 있었다. 맡지 못하는 향기를 맡으며 그는 이해되지 않는 그리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게 어렴풋이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그의 고향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 날 단 한 마디의 대화도 없었다.


사람들은 살아갔다. 냄새를 잃었음에도 경각심을 버린 채 일상을 살아갔다. 화살을 쏘다가 울던 바튼, 영화를 보다 울던 나타샤, 냄새를 잊은 동생을 보며 울던 토르, 연구에 지쳐 울던 배너, 70년대를 그리워하며 울던 스티브. 모두가 그렇게 냄새를 잊고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냈다. 일상을 잊은 것은 오로지 로키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았다. 향을 맡을 수 없는 그에게 요리는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인 취미가 아니었다. 그는 책을 보거나 TV에 어지러운 화면을 보거나 하는 식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는 애써 잊으려는 것처럼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로키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매캐한 냄새가 싫어 혐오하던 그것을 물고 부드러운 연기를 혀로 굴렸다. 쓰다. 그는 그냥 그렇게만 말했다.




3. 허기진 자, 미각을 잃다.


섹스 스타일이 바뀌었다. 부드러웠고 때로는 모험심이 가득한 장난기를 발산하던 잠자리가 지금은 서로를 먹어치울 것처럼 다급하고 거칠게 변모했다. 그리고 조금 끈적하게 시간을 들여 서로를 탐닉했다. 우리는 잃어버린 후각을 채워낼 다른 감각들에 매달렸다. 나는 로키의 넓은 어깨를 핥아 짭짤한 땀을 맛보았고, 흔들리는 검은 머리카락의 섬세한 움직임을 눈에 담았고, 신체를 가르고 들어오는 성기의 뜨거움과 고통을 느꼈고, 둔부를 마찰시키는 질척하고 찰진 소리를 들었다. 감각에 의지한 섹스는 짜릿했다. 주체할 수 없는 오르가즘은 멈추지 않고 몇 번이나 우리를 들끓게 만들었다. 섹스가 끝나면 땀에 젖은 몸을 한데 얽힌 채 그는 내 목덜미에 머무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나지 않는 냄새를 찾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서 나던 특유의 향이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통탄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후각이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연구는 계속되었다. 진전은 여전히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연구를 늦추지 않는 내게 자극받은 로키가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그는 음식의 냄새를 채울 수 있도록 간을 아주 세게 했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쓴맛을 적절히 섞은 요리를 맛보며 모두들 감탄했다. 동생이 철이 들었다며 기뻐하던 토르는 거의 눈물을 쥐어 짤 정도였다. 후각을 잃었음에도 우리는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옛 미션을 이야기하는 바튼과 그런 그를 구박하는 나타샤와 아스가르드에 대해서 떠드는 토르와 그런 그의 말에 주석을 붙이는 로키와 인도에서 있었던 재밌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던 배너와 농담을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한 스티브까지 모두의 웃음소리가 한대 모였다. 냄새를 잃은 우리에게 그리울만한 추억은 없었지만, 언젠가 그것들이 돌아오리라는 희망은 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희망, 그것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했다. 우리는 후각을 잃었던 것처럼 다른 감각을 잃어야 할 공포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공포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 그랬다. 공포. 그건 정말이지 들쭉날쭉했던 전례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그리고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그것은 어떠한 특정한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우리는 식사를 하며 떠들다가 갑자기 몸을 떨며 주저앉은 나타샤로부터 그것을 느꼈다. 냉철하고 강인한 그녀는 허공에 눈을 두고 동공을 연 채 온몸을 긁어대며 절망적인 말들을 꺼내 놓았다. 



우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거예요. 날카로워, 날카로워!! 귀, 귀가 아파요. 날카로운 것들이 나오고 있어!!



그녀는 귀를 잡아 뜯을 것처럼 발짝하며 덜덜 떨었고 우리는 어떻게든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시작이었다. 나타샤를 짓누르던 바튼이 똑같이 공포에 젖어 떨었고, 그 다음은 토르가, 그리고 내가, 로키가, 스티브가 마지막으로 배너까지 모두가 알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약에 취한 것처럼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날카로운 허상들이 얽혔고, 우리는 온 몸을 뒤틀며 잡히지 않는 허상들과 싸웠다. 


허상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킬 틈도 없었다.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던 공포는 지친 심신에 상응하는 지독한 허기로 돌아왔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돼지처럼 먹어댔다.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손으로 무작정 음식을 잡아 입에 넣고 씹었고 그대로 삼켰다. 만들어 진 음식이 아니어도 그저 입 안에 집어넣었고 공포 뒤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우린 계속해서 먹었다. 냉장고를 열어 익지 않은 생선과 고기를 뜯어 먹었고, 맵고 짠 소스들을 무작정 입에 뿌려 넣었으며, 향이 나질 않아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비린 올리브유를 부어 넣었다. 그것은 일종의 곧 사라질 감각에 대한 마지막 피날레였다. 감각은 멈추지 않는 허기를 느끼면서도 그것들의 맛을 음미했다. 올리브는 시큼했고, 케첩은 달았고, 생선은 비렸고, 땅콩은 고소했으며, 칠리는 매웠다. 


씹고 삼키기를 반복하는 야만적인 행동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멈췄다. 우리는 입에 물고 있던 것들을 씹으면서도 갑작스러웠던 행위에 어리둥절해 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가 들고 있고, 입에 넣고 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토르는 심지어 나타샤의 핸드백에서 나온 립스틱을 씹어 먹고 있었다. 음식물과 소스로 범벅된 옷은 엉망으로 얼룩덜룩했다. 이에 씹히는 음식물은 마치 고무 같았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쓴 음식들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허기는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각이 사라졌다.


거리는 난장판이 되었다. 사람들은 몰려오는 공포 그 다음에 느껴지는 허기 그리고 사라진 미각을 느꼈다. 진열된 선반에 있던 고기들과 팔기 위해 내놓은 과일과 생선, 길가에 피웠던 아름다운 꽃까지 먹어치우고서는 되찾은 이성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곧이어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했다. 그들은 오색의 종이에 문구를 쓰고 상황을 이렇게 몰아넣은 정부의 나태함과 영웅들의 태만을 비난했다. 종말의 징조가 왔다고 누군가가 떠들었다. 경찰들은 시위대를 진압시키려고 노력했다. TV에서는 특집으로 편성된 감각의 상실을 얘기하고 있었고, 거리의 음식점들은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그저 필요에 의한 음식들을 먹었다. 생존을 위한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면서도 마치 음식이 아닌 것들을 씹는 것처럼 무감각해했다.


하지만 분명 희망은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그것을 믿고 있었다. 배너는 자는 시간을 조금 더 미뤘다. 우리는 어떻게든 사라진 후각과 미각을 찾으려 노력했다. 내심 마음속에 불안감은 분명 존재했다. 후각과 미각이 없어졌던 것처럼 다른 감각들도 어느 순간을 계기로 없어질 것이다. 연구는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우린 포기하지 않았다.


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먹였다. 그는 바삭하게 귀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얇은 비스킷과 눈을 즐겁게 하는 오색으로 장식된 음식들을 내게 선보였다. 혀는 그저 촉각을 느끼는 것에 그쳐 음식을 넣어도 아무 맛이 나지 않았지만, 씹을 때마다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나 혀를 부드럽게 감아주는 촉감 따위는 다분히 식사의 즐거움을 다시금 깨어주었다. 청각, 시각, 촉각 아직도 남아있는 감각은 우리가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로키는 그걸 알고 있었기에 내게 소리 나고 화려한 음식들을 먹이는 걸 늦추지 않았다. 과연 오랜 시간을 영위한 신다운 현명함이었다.


소소한 일상들. 잃은 것들은 분명 존재했지만 나에겐 아직도 그것은 중요했다. 재밌는 저녁을 먹고 나서 적당한 온도의 물이 채워진 욕조에 마주보고 앉아 로키와 나는 서로의 수염을 깎아주었다. 부드러운 쉐이빙 크림을 턱에 바르고 날카로운 면도날로 그의 턱과 볼 주변을 깎아내리면서 나는 아주 오래전 얘기를 꺼내놓았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처음으로 기계를 완성했을 때, 나는 내 친구를 만들고 싶었거든. 꼬마한텐 외로움이 쥐약이잖아. 멋지게 만든 로봇을 들고 아버지한테 처음 찾아갔지. 대디, 내가 만든 거예요! 라면서 답지 않은 발랄함까지 보이고 말이야. 칭찬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땐. 아, 움직이지 마. 이쪽 부분이... 어쨌든 놀랍게도, 우리 아버진 대신 내 로봇을 엉망으로 짓밟았지. 쓸 떼 없는 일에 네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하라는 거였어. 얼마나 충격적이던지.. 



면도날이 피부를 지날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물에다가 대충 헹구어내고 나는 내 걸작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깔끔한 얼굴에 어울릴 정도로 깔끔하게 수염이 벗겨진 그의 모습은 내가 처음 로봇을 만들었을 때만큼 만족감을 주었다. 네 차례야. 그는 내 손에 있는 쉐이빙 크림을 빼앗아 내 턱이며 볼이며 덕지덕지 발랐다. 하얀 크림이 피부 위에 부드럽게 달라붙었다. 그는 내게서 면도칼을 빼앗아 들고 장난기 가득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쾌락적 사고를 띄고 있는 그는 가끔 어이없을 정도의 행동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이번에 그는 내 볼에 뭍은 쉐이빙 크림을 핥아먹었다. 그는 무슨 대단한 요리를 먹은 것처럼 진지하게 그것의 맛을 음미했다. 정확히 말하면 느껴지지 않는 맛이 아닌 혀에 닿는 촉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드러워. 먹어 볼래?



나는 그의 권유에 선뜻 붓에 달라붙은 쉐이빙 크림을 한 움큼 입에 넣었다. 혀 안에 부드럽게 감겨오는 쉐이빙 크림은 생크림 같기도 했다. 괜찮은데? 내 말에 그는 이제 비누를 집어 먹었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비누를 씹어 먹으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먹어봐. 그 말에 선뜻 나는 비누를 씹었다. 향도 맛도 나지 않는 그것은 이빨 사이에서 미끈거리며 부서졌고 타액과 만나면서 입 안을 유영했다.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내가 비누를 뱉어냈다. 거품이 방울방울 입 밖으로 쏟아졌다. 당장 뱉어, 안 그럼 위세척을 해야 할 거야. 정신병자처럼 입에 비누를 가득 넣고 있는 로키를 보면서 나는 낄낄댔다. 그는 비누를 뱉어냈다. 거품이 물 안으로 가득 쏟아졌다. 그는 대신 내 입술을 삼켰다. 멈추지 않는 웃음을 흘리면서도 그는 비누만큼 미끄러운 혀로 내 입 안에서 춤을 추었다.


키스를 시작으로 했던 욕조에서의 섹스를 마치고 우린 나른한 몸을 겹친 채 옛날 브루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었다. 그는 매끈한 몸에 바지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나는 그의 품이 큰 셔츠를 빌려 입고 아래는 속옷만 입은 채였다. 내 작은 발을 그의 큰 발 위에 올려놓고 잔잔한 스텝을 밟으며 나는 병째 딴 위스키를 들이켰고 그는 담배를 피웠다. 끝을 빨갛게 태우는 담배가 그의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 얹혀져 얇은 입술을 타고 진하게 빨린다. 하얀 연기가 공중에 분산되었다. 젖은 검은 머리카락과 한데 어울러져 그런 것들은 그를 더욱 음욕 적으로 만들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담배 필터를 내 입술 앞에 가져다 놓았다. 깊게 빨아올렸다. 이젠 쓰지도 않고 메케하지도 않은 그것은 그저 부드럽게 입안에 걸리고 목구멍을 간질였다. 병째 들고 있는 위스키를 마셨다. 몽롱한 상태가 아니고서야 감각을 더 고양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네가 했던 가장 나쁜 짓을 얘기해봐.

지구를 지배하려던 거?

그런 시시한 거 말고.

오우, 대단하신 영웅에게 지구 침략은 시시한 일이었군.

아무도 모르는 비밀 같은 거 말이야. 나도 모르고 너만 알고 있는..



짐작하지 못하겠는지 그는 녹색 눈을 내게 맞추며 흐음- 따위의 신음을 하며 고뇌하는 모습을 했다. 왜 갑작스런 얘기들을 꺼내 놓는지 궁금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싶었다. 모든 감각을 잃어가기 전,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금 이 때에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더 긴밀하게 밀착하고 싶었다. 그는 목에 두르고 있는 내 팔을 풀려 들고 있던 위스키병을 빼앗아 단숨에 털어 넣었다. 호박색 술이 입가를 타고 흘렀다. 나는 그걸 핥았다. 꿀렁이는 목덜미가 잘게 들썩였다. 그가 웃었다. 그럼 네가 먼저 말해봐. 그의 요구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 내면 가장 추악한 비밀을 털어 놓았다.



아이를 가진 여자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 길거리에 다니는 애들을 혐오해.

왜?

내가 가질 수 없는 거니까.



흔들리며 움직이던 스텝이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진행되었다. 그는 조금 기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 심중을 이해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부모의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온 나와 그는 어딘가 심하게 비틀린 사람처럼 그런 일반적인 가정에 대해 대게 무감각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애써 그것들을 다 이해하려 들지는 않았다. 그저 너른 품으로 나를 끌어안고 가만히 침묵할 뿐이었다.


어릴 적의 아픔 탓이었는지, 아이를 가지고 싶다 소망한 적은 없었다. 자식에게 헌신적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섹스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지만, 번식에 대한 갈망은 머릿속을 채우는 지식의 풍족함으로 대체해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가 ‘집’이라는 장소에 들어왔을 때, 그가 내게 등을 보이고 요리를 하고 있거나,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책을 보고 있을 때면 그와 나를 닮은 아이가 내게 인사를 하는 기이한 환영을 보곤 했다. 내가 사랑했고, 사랑 받을 수 있는 그 어떤 존재, 우리가 사랑했다는 그 증거에 대한 것들이 막연하게 내 앞에서 형체를 띄고 내게 달려들었다. 어린시절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이상적인 가정의 형태가 잡혀지고 나자 나는 결코 낳고 싶지 않았던 자식에 대한 욕구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도 나도 XY염색체를 지닌 알파메일이었고, 그가 아무리 내 안에 흔들고 싸대도 그 씨앗을 받아낼 자궁이 내게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타샤를 가엾이 여긴다. 여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오랜 시간 리듬이 깨진 신체를 지닌 채 그녀는 살아가고 있었다. 자궁이 없음에도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나와 자궁이 있음에도 타의에 의해 임신의 자유를 져버린 그녀는 어쩌면 같은 형태의 슬픔을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나타샤가 들었다면 나를 한 대 쳤을법한 얘기들을 늘어놓는 내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난기 많은 그가 어디서 애라도 만들어 올까? 라고 받아 칠 법도 하건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코를 내 목덜미에 박고 있는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이제 네 얘길 해봐. 길어지는 침묵에 나는 참지 못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들어 담배를 한 모금 다시 길게 빨았다. 술에 절고 담배에 취한 그는 몽롱해 보이기도 했고, 어딘가 씁쓸해 보이기도 했다.



타인에게 안정감을 느낀 적이 없었어. 옆에 누가 같이 자고 있는 것도 싫었고, 육체관계는 열정이 식으면 실망감만 왔지. 다행이도 나는 왕자니까, 그런 제약이 별로 없었지만. 

그거 지금 각방 쓰자는 얘길 돌려 하는 거야?

내 말은 널 만나서 다행이라는 거야. 네가 아이 얘기를 해서 하는 말인데, 애를 배서 온 계집도 있었지. 지금은 죽었어. 내가 받아 주지 않을 걸 눈치 채고 바이프로스트에 몸을 던졌다고 하더군. 그 소식을 들으면서도 별로 실감나진 않더군. 그땐 내 아이가 생겼다는 것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어. 심지어 망가진 여자의 시체를 보고서도 역겹다는 생각뿐이었지. 근데 이상하게도 지금의 너와 있으면 행복해. 그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충만함이 네게는 있어. God, 멍청했던 침략기에도 건질만한 게 있긴 했지.



그는 지금 와서 생각했을 때 가장 부끄러워하는 과거를 떠올리며 킬킬거렸다. 이마를 쓸며 괜한 과장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도 같이 낄낄거렸다. 몸을 던져 산산 조각난 여인에게는 미안할 일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농담 찌끄래기를 뱉어내는 것처럼 웃으면서도 죄책감하나 없었다. 죽어버린 그의 여자 얘기를 들으면서 내심 느낀 안타까움은 뒤에 이어지는 로맨틱한 그의 말에 언제 그랬다는 듯 사라졌다. 사람은 누구나 모순적일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부서져버린 로봇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게 어쩐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로움을 몰랐다면 아마 내가 그에게 공감하는 일은 없었을 테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아버지에게 고마울 점이라니! 멍청했던 침략기에서 나를 얻어낸 그와 마찬가지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널 닮은 여자 아이었음 좋겠다.



다정하니 웃음 치며 그는 머뭇거리듯 그렇게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아이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부풀어 오르는 충만감에 거의 눈물을 쏟아낼 뻔 했다. 하지만 울음을 쏟아내는 대신 결코 부풀지 않을 배를 만지면서 성격은 아빠를 닮지 말아야 할 텐데- 따위의 농담을 했다. 그는 킬킬거리며 동그란 내 정수리에 입을 맞춰주었다. 브루스의 잔잔한 선율에 맞춰 춤을 추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면서 우린 영원히 보지 못할 아이를 그려냈다. 감각들이 서서히 사라져감에도 버리지 않을 희망처럼 우리 머릿속을 노니는 아이의 환상은 절망 속 꽃이 되어주었다.


브루스를 추다가 술이 만취되어 요란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었다. 드럼, 기타, 베이스, 건반, 보컬의 소리들이 한 대 뭉쳐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우리는 거실 안을 뛰고 춤을 추며 놀았다. 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타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파티 장으로 몰려들었다. 졸린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배너가 하품을 하면서도 웃었고, 내 술 컬렉션 중 아무거나 집어 든 바튼이 술을 마시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옆의 나타샤가 유혹적인 춤을 추며 어정쩡하게 서있는 스티브를 끌어당겼다. 스티브는 귀를 붉히고 어쩔 줄 모르면서도 웃으며 그들과 함께 어울렸다. 토르는 제 허리쯤 오는 작은 연인을 거의 들다시피 안고서는 음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왈츠 같은 춤을 췄다. 토르의 품에서 제인은 제 연인을 꼭 닮은 호쾌한 웃음을 흘렸다. 한 번도 웃은 적 없어 보이는 검은 요원들도 오늘만큼은 정장을 벗어던지고 제 안의 유쾌함을 뱉어냈다.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한데 어울러져 감각의 마지막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가장 큰 파티를 즐겼다. 


우리는 그 안에서 서로를 꼭 껴안고 입 맞추기를 늦추지 않았다. 어디선가 애정을 시기하는 야유가 들리기도 했지만 말랑한 혀가 온 입안을 휘젓는 그 느낌을 놓칠 수 없었다. 우리는 아직까지 서로에게 머물고 있는 감각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 날,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파티 장 한 가운데서 우린 정말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처럼 섹스를 했다. 진득하니 내 안에 정액을 마음껏 뿌려 놓은 그는 잠들기 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나를 배부르게 했다. 그가 말했던 충만함을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것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일일지라해도.




4. 분노한 자, 청각을 잃다.


병은 점차 우리에게 여유조차 주지 않고 더 빠른 시간으로 우리의 감각을 앗아갔다. 청각을 잃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징조는 분노였다. 사람들은 생소한 분노를 느끼며 누군가를 헐뜯고 스스로를 자해했다. 거리는 응당 엉망이 되었다. 유리는 모조리 깨졌고, 거리에는 잡다한 쓰레기가 널려있다. 사람들의 피가 거리를 물들었다. 누구나 옆에 있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주먹질을 했다. 그리고 찾아온 침묵에 절망한다. 모든 것이 혼란 속에 엉망이 되었다. 라디오에서는 화를 내는 사람들을 조심하라 일렀다. 정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우주인 같이 온 몸을 외부로부터 차단한 살균복을 입고 노란색 종이를 나눠주었다. 그 것에는 귀가 들리지 않으면 집 밖을 나오지 말라는 경고 문구였다. 하루 세 번 그들에게는 적정량의 식사가 제공되었다. TV에서는 검은 화면에 계속해서 하얀색 문구가 떠오른다. 집이 가장 안전하니 나가지 말라는 개소리였다.


당시의 나는 지지부진한 연구를 때려 치고 싶었다.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고 아무 진전도 없는 연구는 계속해서 몰려오는 질병의 습격에 절망하기 일쑤였다. 배너와 나는 애써 웃으려 노력하며 커피를 타 마시곤 했다. 그리고 멍하니 유리관에 갇혀 있는 생쥐들을 바라보곤 했다. 냄새를 맡지 못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맛을 느낄 수 없는 쥐들은 마치 모든 삶의 의욕을 잃은 것처럼 바닥에 축 쳐져 있었다. 개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쥐도 있었다. 쥐의 시체를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걸 버리면서도 배너와 나는 단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배너는 가끔 힘들다는 듯이 머리를 쥐고 앉아있었다. 스트레스가 극렬하게 일어난 탓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로키에게로 찾아가면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따뜻함으로 나를 반겼다. 우리는 아직까지 청각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우리는 마치 말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났던 사람들처럼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부분은 시시하고 별 것 아닌 이야기였지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목소리를 귀에 한껏 담았다. 낮고 음울하지만 어딘가 편안한 목소리는 내가 좋아하던 그의 면모 중 하나였기에 그걸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된다 생각하니 슬퍼졌다. 닥치는 대로 음악을 들었다. 장르가 중요하진 않았다. 귀가 곪아 썩어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는 들을 수 있는 모든 세상의 소리를 담아냈다.


먼저 발병을 한 것은 로키였다. 성과 없는 연구를 마치고 지친 마음으로 돌아온 내게 로키는 등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전면 유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황폐화된 거리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그 풍경은 가히 그가 지구를 침략하며 모두 부셔버렸던 그때의 상황보다 끔찍해보였다. 유리에는 그의 한껏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그건 어딘가 슬퍼 보이기도 했기에 나는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왔어? 그는 그리 다정하게 말하며 내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는 등을 보였던 몸을 돌려 억지로 내 앞에 웃어보였다. 그는 요즘 잘 웃지 않았다. 폐쇄된 타워의 방침 때문에 그는 어딜 나가지도 못하고 방안에만 갇혀있다. 그는 거의 시들어가는 꽃처럼 늘상 무기력했다.


몇 번의 짧은 입맞춤을 나눴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갑작스레 힘이 들어간 것은 그때였다. 내가 좋아하던 손이 붙어있는 나를 밀어냈다. 과한 힘에 밀린 탓에 나는 엉망으로 바닥을 굴렀다. 거짓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격렬한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잘근잘근 씹어댔다. 나는 그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이건 단지 어떤 징조일 뿐이라고, 이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허공에 손을 저으며 그에게 다가간 나를 그는 다시 한 번 밀어냈다. 어떻게든 분노를 참아내려던 그의 노력은 힘없이 꺾였다. 일그러진 얇은 입술 사이에서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네가 내게 특별하다고 생각해? 아니지, 토니. 넌 그저 한 낱 인간에 불과해. 아주 미개하고 별 것 아닌 평범한 인간 말이야. 난 신이야. 신! 너 따위보다 훨씬 드높고 권위로운 신!! 그런데 넌, 고작 나를 이런 작은 집에 가둬놓고 네가 아닌 다른 것이라곤 생각 할 수 없는 멍청이로 만들어 놓고 있어!! 너란 인간은 그저 내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날 받아내면 그만인데!! 나를 받아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 그만이라고, 이 창녀 같은 것!! 오, 백신이니 연구니... 넌, 넌 아무것도 하지 못하잖아!! 넌 아무것도 막지 못했어!! 그러니 당장 옷을 벗고 그 자리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 넌 그냥 그 짓거리만 하면 그만이야!! 나를 이토록 외롭게 만들어 너를 기다리게 만들 이유라곤 아무것도 없는 거라고!!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핏발이 선 눈이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지경이 되기까지 뭘 했냐는 식으로 그는 나를 까 내렸다. 그는 나를 창녀라 불렀다. 창녀, 이 창녀!! 날카로운 소리가 절망 섞인 절규로 뿜어져 나왔다. 그의 커다란 손이 닥치는 대로 물건을 부수는 것을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액자가 떨어져 깨졌고, 그가 읽던 책이 찢겨져 바닥에 흩어졌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소파가 엉망으로 부서졌고, 내가 좋아하던 영화를 함께 봤던 스크린이 깨졌다. 부서지고 으깨지는 소리 안에서 로키는 계속해서 외쳤다. 창녀, 나를 홀린 창녀, 무능하고 쓸모없는 창녀!!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가 하는 말이 단순히 병의 징조를 나타내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무능을 꾸짖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뒤로는 계속해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와 절규 소리가 한데 엉켰다. 으아아아아!!! 괴로운 짐승 같은 울음을 들으며 나는 울컥 치미는 눈물을 참아내지 못해서 울었다.


타워 안은 이미 몇몇의 분노한 자들로부터 만들어낸 파편들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치울 생각 하지 못했다. 그 파편들을 밟고 발밑에서 나는 자박거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나는 내 연구실로 들어왔다. 배너는 보이질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아마 내가 없을 때면 그는 내 방에서 나를 기다리며 혼자 이런 식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나는 그를 그렇게 외로움으로 몰아세우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슬펐다. 하지만 말라버린 눈물은 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면에서 서서히 들끓어 오르는 어떤 감정을 내리 누를 수는 없었다. 마치 타의에 의해 생성되는 것 같은 감정은 순식간에 나를 물들였다. 나는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허공 위로 자비스를 통해 온 그의 목소리가 연결 되었다. 허공에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혼란스럽기도 했고, 다분히 침착함을 잃어버린 듯 했다.



토니, 토니? 어디야? 지금 듣고 있어? 모르겠어. 들리지가 않아. 네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 순간 지체되지 않는 분노가 솟아올랐다. 나는 엉망으로 울고 짖으며 실험실의 집기들을 집어 던졌다. 비커가 바닥에 깨지고 스포이드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괴상한 냄새를 나는 액체들이 바닥에 쏟아졌고, 쥐들을 담은 상자가 바닥에 깨져 바닥에 온통 흰 쥐 떼들이 몰려다녔다. 나는 내 무능함에 치를 떨며 분노했다. 감히 나의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소리를 잃게 만들었던 내 자신에 대한 애통함은 그칠 줄을 몰랐다. 으아아아악!! 생소한 비명이 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헐크가 된 기분이었다. 멈추었던 뜨거운 눈물이 다시 눈을 타고 흐른다. 허공에서는 계속해서 로키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는 그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말을 한다.



토니, 아까 했던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

네가 보고 싶어. 지금, 내겐 네가 필요해.

용서해줘, 미안해. 미안. 미안해.

듣고 있는 거야? 제길, 들리질 않아.

토니, 제발... 토니.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하고 있어.

네가 필요해. 네가 보고 싶어.

사랑해, 토니.

토... 사...해.

..

....

...



정적- 나는 들고 있던 집기구들을 놓쳤다. 바닥에 부서지는 그것들에게서도 아무런 소리가 나질 않았다. 세상은 고요 속에 머물렀다. 피곤할 때면 내 귀를 괴롭게 했던 이명소리조차 나질 않았다. 분노가 사그라진 마음 안에 공허한 침묵만이 남았다. 저 멀리서 배너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씩씩대는 투로 내게 무어라 화를 냈다. 하지만 일그러진 그의 표정과 입에서 나오는 분노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 진행되지 않는 연구와 내 무능을 꾸짖고 있는 소리일 것이다. 그건 너무 이상한 경험이었다. 분명 내 앞에서 열렬하게 화를 내고 있는 배너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떠한 느낌을 받을 수도 없었다. 심지어 나는 미안한 기색조차 보이질 못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배너가 마음껏 실험실을 부수는 것을 지켜보았다. 분노한 그의 몸이 점차 부풀고 온통 초록색으로 변했다. 거대한 헐크는 내가 차마 부수지 못했던 책상과 수납함을 마음껏 부수었다. 헐크가 큰 입을 벌렸다. 악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 편의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은 충분히 역동적이었건만 무감각한 청력 탓인지 모든 것이 고요해 보이기도 했다. 나는 무감각한 눈으로 부서지는 실험실과 분노하는 헐크를 바라보았다. 그가 내던진 것들의 어느 파편 하나가 튀어 내 볼에 길게 상처를 냈다. 따끔거리는 아픔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아직 감각이 조금이나마 살아있음에. 하지만 그의 분노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정말이지 아무런 느낌도 나질 않았다.


분노가 끝나고 돌아온 배너는 자비스의 홀로그램을 통해 미안하다는 말을 보여주었다. 파란색 화면에 둥둥 떠있는 사과 문구를 보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어떠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라도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엉망으로 부서진 실험실에서 의자 위에 두 남자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날 엉망이 된 실험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우리를 찾지 않았다. 간간히 창 밖에 물건이 날라 다녔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고요했다.


로키는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바로 다음날 토르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떠났다. 토르 역시 청력을 잃었다. 그들은 더 많은 감각들이 없어지기 전에 아스가르드를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나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차마 잡을 수가 없었다. 빛과 함께 그들은 사라졌다. 고요 속에 물든 텅 빈 방을 바라보며 나는 외로움에 사무쳤다. 나를 기다리던 그가 그랬을 것처럼 고독하게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기만 했다. 밤하늘을 물들인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나는 술에 엉망으로 취해도 보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지만, 고독은 침묵과 함께 머무르며 나를 괴롭게 했다.


일주일 만에 토르가 돌아왔다. 로키는 오지 않았다. 토르는 매번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는 동생이 심하게 침체되어있다며 슬퍼했다. 그는 날 그리워한다고 했다. 이제 내 머릿속엔 그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내가 사랑했던 그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았다. 토르는 울적해진 나를 로키가 그러했던 것처럼 품에 안아주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뜨거운 체온에 나는 엉망이 되어 울었다. 나는 들리지 않는 그의 이름을 쉼 없이 외쳤다. 


그가 그리웠다.




5. 사랑한 자, 시각을 잃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서.


삶은 지속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세 분류로 나뉘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리라 생각하며 마주잡이로 나도는 사람들, 그리고 지속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중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갈팡질팡하는 사람들. 거리에는 사람들이 나왔다. 근무지로 향하는 군인들과 거리를 치우는 청소부, 그 덕에 황폐하던 거리는 차츰 제색을 띄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이젠 더 이상 사람들을 집 안에 가두려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거리는 다시 활기를 띄었다. 닫았던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각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접시라는 팔레트에 그림을 그려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식을 앞에 두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한다. 듣지 못하니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했다. 그들의 눈에는 슬픈 기색이 없었다. 그들에게 희망은 없었지만 적어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었다.


사람들은 늘 최악을 준비했다. 우리는 거리에서 눈을 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잡고 의지하며 길을 걸었다. 나무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장애물을 건넌다. 그래서 더욱 차도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시각을 잃는다면 자동차는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최악을 준비하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시각을 잃을 때를 대비하여 자비스에게 명령을 하나 심어주었다. 시각을 잃음과 동시에 더미나 버터핑거 등을 이용해 절대로 홀로 있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시야가 차단되면 남은 것은 촉각뿐일 것이다. 사람들은 체온을 느낄 수 있어야 했다. 로키가 떠난 자리에서 침묵으로 일관된 고독을 느끼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내가 사랑하던 누구도 고독함에 버려둘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심판의 날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수치가 아니어도 충분히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질병을 앞에 두고 쉴드의 모든 사람이 제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부모를 찾고 연인을 찾고 자식을 찾았다. 타워에 남은 것은 우리들뿐이었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서로뿐이었다. 최근 토르는 연인인 제인을 제 품에 가둬놓고 산다. 그들은 쇼파 위에 나른하게 누워 고양이가 그루밍하듯 서로를 쓰다듬기에 바빴다. 바튼은 나타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정하게 손을 잡은 그들에게서는 어떠한 성적인 스킨십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함께해온 시간을 틈타 굳건하게 세워진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너는 연구실에서 연구를 했다. 그는 계속해서 질병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에 미쳐 거대한 괴물이 되었던 그는 진척 없는 연구를 하면서도 행복해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 중 선두에 있었다. 스티브는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 위에 알록달록 물든 색들이 엉켰다. 그는 우리를 그렸다. 캔버스 안에서 웃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나는 그것들을 복도에 자랑스럽게 전시하여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티브는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내심 뿌듯해했다. 그는 배너의 연구실 한 편에 자리 잡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그들은 간간히 같이 커피를 마시며 말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성향이 온화한 두 사람이 만났으니 중간 매개가 없어도 서로 잘 통하는 듯 보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바빴다. 나는 페퍼를 그녀의 고향으로 보냈다. 페퍼는 마지막으로 나를 끌어안으며 못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비행기를 타고 사라지는 그녀의 뒤꽁무니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로디를 만났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부대에 머무르며 동료들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활짝 웃고 있는 로디의 모습은 절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안심되었다. 어차피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돈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에 따로 회사를 조각내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대신 아머들을 동결시켰다. 내 역사를 말해주는 그것들은 인류가 멸망해도 영원히 남을 것이다. 낳지 못한 자식을 대신하여 내가 살아 숨쉬었다는 증거들이었다. 나는 자비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게 회로와 수칙으로 연산되어 나오는 말들이었지만 푸른 화면에 은은하게 떠오르는 글씨들을 읽으면서 나는 쉬이 자비스의 단조로운 목소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언젠가는 말 걸어주는 이도 없을 테니 자비스는 쓸쓸해할 것이다. 나는 모두의 심장이 멈추고 난 뒤에 자비스가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게 프로그래밍 했다. 프로그래밍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자비스는 처음으로 나를 아빠라 불렀다. Thanks, Dad. 푸른 화면에 떠오르는 그 단어를 보며 나는 내가 청각을 잃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매일 모두가 저녁을 함께 먹었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자비스가 틀어주는 홀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서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머리 위에 올라오는 말 풍선들이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책을 떠올리게 했다. 비어있던 부엌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모두가 돌아가며 음식을 했다. 레스토랑 못지않게 알록달록한 색감을 내는 요리들이 만들어졌다.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은 스티브였다. 내가 만든 음식은 형편없었기 때문에 모두들 자신이 미각을 잃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해 했다. 가끔씩은 우린 허전하다는 생각을 한다. 비어있는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를 그들은 애써 위로했다. 즐거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공허했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가장 괴로운 것은 홀로 잠드는 시간이었다. 로키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소식조차 없었다. 가끔씩 나는 그와 함께 있었던 추억을 꺼내기 위해 애를 썼다. 크게 음악을 틀었다. 들리지 않는 음악을 느껴보려 나는 스피커에 몸을 밀착하고 그 진동을 느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폈다. 몽롱하니 흔들리는 시선이 일그러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가 시력을 잃을 때를 대비하여 자비스를 통해 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입력했다. 그가 보지 못하게 된다면 손바닥에 적어낼 수 있게 프로그래밍 했다. 어떻게든 그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두서없는 말들은 대게 그저 짧은 메시지들일 뿐이었다. 미안하다, 보고 싶다, 그립다, 사랑한다. 반짝반짝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진척 없는 연구를 하는 배너만큼 나 역시도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생겨났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느끼던 작고 소소한 행복,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용서, 만용과 충만, 그리고 뜨거운 사랑 그것들이 가슴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스스로 표출되며 끓어올랐다. 사람들은 서로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추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사람들은 심지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에도 감사해했다. 제인을 품에 안은 토르가 그녀를 쓰다듬고 키스했으며, 손을 잡고 있던 나타샤와 바튼이 서로를 포옹하며 더없이 행복하게 웃었다. 함께 커피를 마시던 스티브와 배너가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없이 끈끈한 동료애를 느끼며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나는 달렸다. 내가 가장 보고 싶은 이는 이 곳에 없었기에 나는 할 수 있다면 아머를 입고서라도 그 곳에 갈 생각이었다. 그가 막 이곳에 도착했다는 자비스의 화면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그러했을 것이다. 그가 품고 있던 어떤 밀려 올라오는 감정이, 이 터질 것처럼 뜨거운 사랑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희망이 내게는 보였다. 나는 우리가 함께 사용하던 방으로 향했고, 그는 나를 찾기 위해 연구실로 향했다. 서로를 찾아 헤매며 나는 들리지 않는 그의 이름을 쉼 없이 불렀다. 우리는 중간에서 만났다. 기다란 복도 스티브가 그려낸 그림이 걸려있는 그곳이었다. 우리는 멀리서 서로를 보고 웃었다. 그리웠던 얼굴이 가감 없이 입가에 미소를 드러낸다. 아아-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우리는 서로를 향해 걸었다. 거리는 점점 좁혀져갔다. 하지만 괴이하게도 좁혀지는 거리만큼 내 안에서 끓어오르던 무한한 사랑은 점차 가라앉아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성을 잃어버릴 것처럼 정신없이 몰려들던 행복이 점점 내려앉았다. 찬물에 씻기는 열정이 사그라지고 우리의 가슴에 남은 것은 서로를 향한 순수한 사랑의 의지뿐이었다. 그리고 시야가 흔들렸다.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 카메라처럼 시야는 점차 흐릿해지고 선명해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시선을 잡아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웃고 있던 그는 이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올라왔던 입 꼬리가 점차 내려갔다. 그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마치 더듬거리는 것처럼 벽을 집고 내게로 다가왔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또 사라져 갔다. 우리는 더듬거리는 손을 맞잡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뜨거운 살결이 닿았고 얕은 숨결이 얽혔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얼굴을 서로 바라보았다. 잡히지 않는 흐릿한 시야에서도 그는 울 것처럼 웃었다. 나 역시 억지로라도 입 꼬리를 울려 최대한 예쁜 웃음을 지으려 노력했다. 코끝이 닿았다. 검고 긴 머리카락이 피부 위에 간지럽게 내려앉으며 그늘을 만든다. 녹색 눈동자가 흐려졌다. 그의 입술이 무어라고 이야기 했다. 자세히 보이지 않는 입모양이라고 해도 그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을 난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같은 대답을 했다.



사랑해.



그리고 암흑이 찾아왔다.




6. 그렇게 삶은 지속된다.


서로를 잡은 체온을 느낀다. 스치는 피부 위가 뜨거웠다. 허공에 맞잡은 두 팔이 서로의 몸을 더듬고 이내 한껏 안아왔다. 얕게 내리깔리는 숨결을 느꼈다. 피부 위가 간지러웠다. 볼 위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마주 닿은 볼을 통해 비벼지고 피부 위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축축함이 느껴졌다. 옆에서 누군가가 본다면 아마 정말 애틋한 연인이 서로를 향해 뜨거운 열정을 퍼붓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의 품에 한껏 안겨 그의 심장 박동을 느꼈다. 쿵쿵거리며 뛰고 있는 심장이 우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그렇게 침묵과 암흑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서로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서로의 체온을 맞대며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그렇게 삶은 지속될 것이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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