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Sunrise
( Steve Rogers X Tony Stark )
기차의 목적지는 비엔나였다. 스티브는 마드리드 책방에서 산 책을 펴 놓고 거기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홧김에 손에 집히는 대로 고른 책이라 그런지 영 재미가 없다. 게다가 주변 소음은 그의 독서를 방해하는데 한 몫을 했다. 기차가 철길을 달리는 소리는 참을 수 있었다. 다만 뒷자리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독일어로 싸우고 있은 부부의 고함소리는 참아주기 어려웠다. 남편이 무언가를 잘 못 했는지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지르는 부인과 그런 부인을 애써 무시하려다가도 한 번씩 크게 화를 내는 남편의 앙상블이 기차 한 칸 전체를 울렸다. 스티브는 결국 책을 덮었다. 가뜩이나 마드리드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와도 저렇게 한바탕 싸우고 온 터라 기분도 좋지 않은데 주변마저 도와주는 것이 하나도 없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한 참이 남았고, 차라리 잠이라도 자버릴까 고개를 꺾어 눈을 감았다가 옆 건너편 자리로부터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책을 읽는 척 시선을 뇌까리고 있지만 귀로는 싸우는 부부의 말을 듣고 있는 듯 했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것 같지만 독일인처럼 보이진 않았다. 첫째로 그는 멋지게 다금은 수염으로 봐서 추정되는 나이에 비해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 어울릴만한 젊은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스티브가 아는 한 독일인 중에서 저정도로 옷을 잘 입는 사람은 없었다. 두번째로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었으며 시니컬한 유럽인 치고 미국문학을 읽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그 결론이었다. 남자는 한참 낄낄거리다가 시선을 느꼈는지 문득 고개를 돌렸고 스티브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는 그렇게 웃었던게 민망했는지 살짝 웃음을 띄고 다시 책에 집중했다. 때마침 싸우던 부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른 칸으로 향하는 복도 쪽으로 나가버렸다. 둘이 사라지자 칸 안은 조용해졌고 스티브는 잽싸게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왜 저러는 지 아세요?"
남자는 스티브를 보았고 아까 부부가 나간 길을 슬쩍 돌아보더니 답했다.
"여자는 바가지를 긁고 있고, 남자는 질려하고 있어. 왜, 오래된 커플들이 다 그러는 것 처럼 말이야. 사실 너무 빨라서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꽤 웃겨."
그렇게 말하고 어색하게 살짝 웃는다. 그리고 막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차 문이 열리고 아까의 시끄러운 커플이 다시 들어왔다. 스티브는 우연히 기차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치근대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 이 지루함과 귀를 때리는 고통을 같이 나눠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호감형 남자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래서야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겠다 싶은 스티브가 손짓으로 뒷쪽을 가르켰다. 같이 식사라도 할래요? 라며 손과 발을 이용해 바보 같은 재스쳐을 하자 남자는 신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스티브가 들고 있던 책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독서 취향 참 특이하네."
스티브는 그제야 들고 있는 책의 표지에 써있는 제목을 읽을 수 있었다. 책 제목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스티브의 얼굴이 빨갛게 달았고 남자, 토니는 예쁘게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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