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이야기
( Bucky Barnes X Tony Stark )
2.
새로들인 신부는 손재주가 좋았다. 오메가들은 하나 같이 자수를 놓는 것을 덕목으로 삼았다. 각 부족별로 상징하는 무늬가 달랐고 그것들을 옷이며 양탄자에 세겨 넣으며 그것들이 역병을 쫓고 가내 평안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특히 미혼의 오메가들은 결혼식을 올릴 때까지 혼수품으로 자수를 넣은 물건들을 가져가곤 했다. 작은 빗싸개부터 신방을 꾸밀 양탄자 같은 것들이었다. 버키의 신부 토니가 가져온 혼수품은 하나 같이 화려하고 섬세했다. 그 무늬를 본 할매가 좀처럼 하지 않는 칭찬을 늘어 놓을 정도로 솜씨가 대단했다.
"손을 맞아가면서 배웠어. 어머님은 매운 손을 가진 스승이었거든."
양탄자를 깔개 삼아 신방을 꾸리며 토니가 말했다. 장모되는 사람이 일찍 돌아가셨음을 아는 버키는 배갯머리를 정돈하며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들을 이야기 하는 토니의 목소리는 그저 밝기만 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버키는 유심히 들었다. 말재주가 없어서 딱히 보태줄 말은 없지만 듣는 것은 그래도 자신이 있었다. 혼수품에는 활이 섞여 있었는데 토니는 그것이 제 어머니 것을 본따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부족은 척박한 북쪽에 근거지를 잡고 있었기에 굶지 않기 위해서는 알파 오메가 할 것 없이 활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토끼 같은 것을 잡거나 운이 좋으면 노루를 잡기도 했다며 활시위를 쭈욱 잡아당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기가 호들갑을 떨었던게 민망했는지 볼을 긁적거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이상하지? 다른 부족에서 오메가는 집안일만 한다고 들었어서.."
"부족마다 다르니까. 그리고 괜찮아, 난 멋지다고 생각해."
담담하게 하는 말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토니가 다시 맑갛게 웃었다. 그 웃는 모양이 예뻐서 버키는 앞으로 이런 말은 숨김 없이 그대로 말해줘야겠다, 생각했다.
저녁이 어스름하게 내려와서야 신방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저녁 준비를 하러 간다며 토니가 부엌으로 내려간 동안 버키는 제 친구 스티브를 만났다. 동갑내기 스티브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알파였다. 아직 열세 살이었지만 마르고 빈약한 스티브를 썩 탐탁치 않아 했기에 좀처럼 혼약이 이루워지질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라, 스티브는 버키의 신부와 새로 차린 신혼 생활에 대해 꽤나 관심이 많은 듯 했다.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응, 우울해 할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밝아서 안심했어."
"그렇지. 아무래도... 집 떠나면 또 그립고 그러잖아. 나도 얼른 내 짝 만났음 좋겠다."
"걱정 마, 친구. 금방 좋은 신부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조금 울적해하는 친구를 달래며 버키가 웃었다. 그런 친구가 고마워 스티브는 얼른 다른 화재를 바꿨다. 그래서, 혼수품이 그렇게 멋지다며? 그렇게 묻는 말에 버키는 바닥의 깔게와 벽에 장식한 천들에 넣어진 무늬들이 얼마나 섬세한지, 제 안사람 손재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활의 문양 같은 것들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그 본의 아닌 자랑질을 들으며 스티브는 버키가 이렇게 팔불출이었나 싶어서 부러우면서도 괜히 샘이 나기도 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둘은 헤어졌고 버키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어머니며 형수며 현관에 나와 먼 들녘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근거리며 걱정하는 얼굴에 덜컥 겁을 먹은 버키가 얼른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 도련님! 아휴 말도 마세요. 동서가 나가서 아직도 안 들어와서... 글쎄 여기선 토끼 고기를 잘 안 먹는다고 하니까 잡아 오겠다며 저쪽 호숫가로 달려가지 뭐에요!"
"걱정이구나, 해 지기 전에는 돌아 온다고 했는데, 괜찮을까? 나무 깎는 영감 말로는 그 쪽에 늑대가 나온다고 하던데..."
"제가 얼른 다녀올게요!!"
"어머, 얘!!"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를 무시한채 버키는 냉큼 제 말 위로 올라 발을 굴렀다. 어떻게 만난 신부인데 신방 차린지 하루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혹여나 늑대가 나타나 제 신부를 헤한다는 것도 끔찍했지만 혹시나 토끼를 핑계로 제 부족으로 도망을 가버리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굴러 말을 재촉하면서도 버키의 머릿속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쌓여갔다. 조금 더 살갑게 대해줄 걸 그랬다, 하면서 말 주변 없이 군 자신이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워져 바람에 쓸리는 눈가에 차오르는 눈물을 꾹꾹 참았다
한참 달리던 말은 호숫가에 멈춰섰다. 버키는 고삐를 쥔채 저 멀리 호숫가 언덕 위를 올려다 보았다. 미소 하나 없는 얼굴로 토니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발을 굴러 천천히 말을 움직이다가 손에 쥔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 당겼다. 멀리서 긴장된 채 이를 보고 있던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더니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랴-!! 토니가 발을 세게 구르며 말을 달리게 했다. 빠르게 달리는 말에 토끼를 쫒았고 활시위에 걸린 활이 그 방향을 따라 겨누어 지다가 손가락을 놓자 핑- 하는 바람 소리를 내며 빠르게 날아간다. 화살은 정확히 토끼의 등 뒤에 꽂혔다. 고꾸라진 토끼에 다가간 그는 허리를 숙여 이를 잡아 올렸다. 화살을 빼내어 옆구리 화살 통에 넣고 잡은 귀를 말 안장의 밧줄에 매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제 신랑을 보았다. 그는 함박 웃음을 띄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여봐란 듯이 안장에 걸려 있는 밧줄에 엮인 토끼를 들어올렸다. 가여운 토끼 세 마리가 대롱대롱 흔들렸다.
"서방니임-!"
아직 낯설기만 한 호칭인데도 괜히 좋아지는 말이었다. 저 멀리 노을이 졌고 붉은 노을 빛이 토니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고 그건 버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열이 오르는 볼까지 노을 탓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버키는 웃었다. 저를 먹이기 위해 말을 달려 토끼를 잡은 당찬 신부에게 수고했다는 의미였다.
그 날 토니가 솜씨 좋게 가죽을 발라 썰어 넣은 고기 스튜를 집안 사람들 모두가 배불리 먹었다. 한창 호기심 많은 나이인 조카들 완다와 피에트로가 활을 배워 싶다며 토니의 양 팔에 매달리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물론 호랑이처럼 화를 내는 형수에 이도 곧 수그러 들었다. 찬 밤이 오자 내실에 불을 켜두고 밤을 즐겼다. 촛대에 킨 불이 흔들리며 신방을 비추자 온 방을 장식한 양탄자와 깔개들이 더 예쁘게 보였다. 예쁘다, 정말. 버키는 조금 서투르지만 그렇게 칭찬을 했고 토니는 볼을 살짝 붉히며 고맙다고 속삭였다. 잠이 오지 않아 버키가 덤버르를 연주했다. 아버지에게 배움을 받았지만 손가락이 아프다는 이유로 잘치지 않았는데 그 음색이 마음에 들었는지 토니가 그 자이에서 발을 구르며 춤을 추었다. 한참 둘이 그렇게 웃으며 놀다가 결국 버키 손가락 끝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토니가 지쳐 쓰러질 때쯤 한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불 안에서도 혹여 떨어질세라 버키는 토니의 속곳 끄트머리를 살짝 쥐고 잤고, 토니는 버키를 보는 자세에서 뒤척임 한 번 없이 잘도 잤다.
그렇게 신혼 첫 날이 지나갔다.
'Avengers > 미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키토니] D (1) | 2016.07.25 |
---|---|
[스팁토니] Before Sunrise (0) | 2016.06.27 |
[버키토니] 신부이야기 (0) | 2016.06.27 |
[토니텀] 토니 스타크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서 上 (0) | 2016.06.27 |
[스팁토니] 삼류신파 未完 (0) | 2016.06.27 |